거리의 사람들이 자꾸 힐끔거린다. 쉐보레 ‘올 뉴 말리부’의 인기는 사람들의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말리부의 첫 인상은 날렵하고 거대하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신형 말리부는 기존 모델보다 전장 60mm, 휠베이스 93mm, 2열 레그룸 33mm이 늘어났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보다 긴 수준이다. 때문에 내부에 들어가면 광활하다는 표현이 무리가 아닐 만큼 실내공간은 모자람이 없었다. 내장재 역시 기존 중형세단들을 능가하는 질감과 소재를 사용해 한 급 위의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캐딜락과 공유하는 2.0 터보 엔진이다. 그동안 쉐보레 차들은 섀시는 훌륭하게 만들고도 출력이 부족한 엔진으로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하지만 이번 말리부로 인해 앞으로 그런 아쉬움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 터보엔진은 시종일관 차체를 가볍게 내몰았다. 급가속시에는 휠스핀을 일으킬 만큼 힘이 남아돌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힘 부족을 느낄 수 없었다. 고속도로에서도 한계까지 거침없이 속도를 끌어올렸다. 엔진의 회전질감 역시 이제까지 4기통 엔진답지 않았다. 기존 중형세단들이 고RPM에서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던 것과 달리 부드러움을 유지했다.
여기에는 공을 들인 방음대책 역시 크게 일조했다. 우려를 낳았던 6단 변속기 역시 부드러움 변속감이 돋보였다.
시승 차량은 2.0T LTZ 풀옵션 차량으로 정말 다양한 안전장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저속 충돌 위험은 물론 보행자 충돌까지 감지하고 경고를 하는 충돌 방지 기능이나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자동주차 보조시스템 등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차량을 컨트롤 했고 이로써 차량에 대한 믿음이 한층 커졌다.
또한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로 ‘준-자율주행’에 버금가는 주행이 가능했는데 정체구간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부드럽게 작동해 운전에 대한 피로도가 한결 줄었다. 다만 차선 유지기능은 독일차가 딱 떨어지게 차선 한가운데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차선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주행을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3일 동안 300km가량을 달린 후 계기판 평균연비는 10.5km/L를 기록했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5:5의 비율로 주행했고 시승의 특성상 급가속 등이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수치다.
다만 소소한 불만사항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국내에서 중형세단은 대부분 가족용으로 이용된다는 점을 볼 때 뒷자리 열선이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경쟁차종들은 뒷자리 햇빛가리개도 달려 있음을 생각하면 이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앞좌석 통풍시트의 경우 작동 시 모터음은 다른 차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움직임으로 등과 시트사이에 간격이 생겼을 경우 바람 소리가 귀에 상당히 거슬린다. 다른 소음이 거의 없다보니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사항들은 연식변경에서 충분히 수정될 수 있고 차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요소는 아니다.
한편 트림별 판매가격은 1.5ℓ 터보 △LS 2310만원 △LT 2607만원 △LTZ 2901만원, 2.0ℓ 터보 △LT 프리미엄팩 2957만원 △LTZ 프리미엄팩 318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