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진사에 자문 맡기고… 대우조선 사장부터 직원까지 ‘비리천국’

입력 2016-06-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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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특혜 대가로 수억 뒷돈 직원은 회사 돈 빼내 흥청망청… ‘방만 경영’ 구경만 한 산은

5조 원대의 부실을 숨겨온 대우조선해양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경영진부터 180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일선 직원까지 내부는 총체적 부실 그 차체였다. 이런 와중에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산업은행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

16일 감사원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전날 대우조선해양의 물류운송 부문 협력업체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준택(65)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씨는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의 정점에 있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동창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일감을 몰아 받고 남 전 사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삿돈 180억 원을 빼돌려 고급 아파트와 상가를 구입하고, 외제차, 명품 등으로 호화생활을 해온 대우조선 전 차장도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15일 이 직원이 살던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에서 시가 10억 원 상당의 시계 20점과 현금 5억1000만 원 등을 압수했다. 이 직원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횡령했고 이후 1억여 원을 받고 명예퇴직했다.

대우조선이 2013~2015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실적이 고꾸라진 상황에서도 성과급을 챙기며 자기 배 불리기에만 몰두한 노조도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3조199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 격려금은 1인당 평균 946만 원이 지급됐다. 이는 2014년 격려금 746만 원보다 26.8% 증가한 수준이다.

회사 내부에서 백화점식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은 대우조선이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부사장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내려 보내고 산은 출신들이 최고재무책임자와 사외이사 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회계 부실은 물론 경영상의 통제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현 재경본부장인 김열중 부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며 전임자인 김갑중 대우조선 재경실장도 산은 재무본부장 출신이다. 2009년 선임된 김유훈 당시 대우조선 재경실장도 산은 국제업무부장과 재무관리본부장 등을 지냈다.

감사원은 산은 출신 CFO 등에 대해 “이사회에 참석하면서도 모든 안건에 찬성하는 등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통제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과 관련 없는 자회사에 투자해 9021억 원의 손실을 냈지만 성과급 35억 원을 받는 일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과 채권단에 관련된 인물들이 상담역, 고문, 자문역 등의 이름으로 경영자문을 하고 고액의 자문료를 챙기는 일도 허다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6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촬영해 ‘대통령 사진가’로 이름을 알린 김재환 란스튜디오 회장도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경영자문의 명목으로 969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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