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간 진행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출자기업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가 지난 15일 발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19일부터 12월9일까지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31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통해 중대한 위법 사안은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감사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산은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과 경영컨설팅 등을 통해 조기에 대규모 부실을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 시스템과 이행 여부 확인 등이 부족해 적기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출자회사의 분식회계 등을 적발하기 위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대우조선이 재무상태 분석 대상에 포함되는데도 단 한 번도 재무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은 출자회사의 재무상태를 재무상태를 5단계로 구분해 관리하는 체계다.
감사원이 이 시스템을 활용해 대우조선의 2013∼2014년 재무상태를 조사한 결과 최고위험등급인 5등급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문제점은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의 ‘성과급 잔치’를 묵인했다는 점이다. 5조원 이상의 부실을 낸 대우조선이 지난해 총 1200억원의 격려금을 챙길 수 있었던 것 역시 산은이 대우조선의 방만 경영을 눈감아 준 영향이다.
하지만 이 모두 결과론적인 지적일 뿐이다.
예컨대 경영진이 분식회계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성과급은 재무재표 등에 기재된 실적에 따라 지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감사원은 중대 위법 사안을 밝혀내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경징계로 끝났다.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 등 3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홍 전 회장의 공직 진출을 막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홍 전 회장이 현직인 AIIB 부총재직에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의 거취는 청와대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역시 향후 공직에 진출하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 전 행장이 공직 진출을 노릴 상황은 아니다. 김 전 행장은 3년 임기를 마친 후 1년 2개월 만인 작년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감사원의 해당 지적을 수용해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문제가 된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 관련 문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