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우건설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건설사 금호산업 건설부문은 이미 오랫동안 주택사업의 한 축을 이뤄왔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금호아파트가 바로 금호건설이 보이고 있는 위상이다. 2000년 ‘베스트빌’이란 브랜드를 도입, 본격적인 주택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7년 ‘제일토건’이란 상호로 건설판에 뛰어든 지 40년이 지난 금호건설에게도 불안감은 있다. 현대, 대우, GS에 필적할 만한 아파트 공급 실적을 갖고 있는 금호건설이지만 아직 대표아파트로 내세울만한 아파트를 꼽기란 쉽지 않기 때문. 심지어 지역에서 최고의 자리를 누리는 아파트도 아직 뚜렷한게 없는 것이 금호건설의 고민. 자칫하다 저가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있다.
물론 금호건설에게도 대표작은 있다. 바로 여의도의 리첸시아가 그 것이다. 하지만 리첸시아는 주상복합 브랜드로, 지난 2003년 의욕적으로 런칭한 ‘어울림’브랜드를 사용하는 일반 아파트에 대한 금호건설의 갈증은 더욱 심한 상태다. 여기에 금호건설의 아쉬움을 그나마 달래준 아파트가 있다. 바로 성남 구시가지 제1의 아파트 성남 금호어울림이 그 것이다.
◆인기 재건축 단지서 최고 아파트로
성남동 금호어울림은 구 올림픽 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지금은 잊혀졌지만 올림픽 아파트도 재건축 시절 몸값이 꽤나 높았던 단지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인근 성원ㆍOPC와 함께 성남시 최고 인기 재건축 단지로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이 단지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바로 성남 구 시가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도로망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성남공단이 가까이는 있지만 이에 대한 주거환경 침해는 없다는 점도 강점. 여기에 유보됐지만 여수동 행정타운 등 향후 개발 방향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겹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남 구 시가지 3대 재건축으로 꼽혔던 곳은 올림픽아파트와 함께 GS가 시공한 성원ㆍOPC아파트, 지금은 삼성래미안으로 탈바꿈한 금광래미안 등 세 곳이다.
이만한 여건을 갖춘 아파트인 만큼 시공은 곧 성공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다만 성남동 금호어울림은 507세대로 1000세대에 육박하는 다른 두 단지에 비해 단지규모가 작아 이들보다 인기가 다소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호건설이 삼성, GS와 함께 성남 인기 재건축 단지 중 한 곳의 시공권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금호건설의 위상을 올려놓은 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성남동 금호어울림은 금호건설로서도 어울림의 ‘중량’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실제로 금호건설이 시공한 이 아파트는 금광 삼성래미안과 하대원동 GS자이와 함께 성남 구 시가지의 3대축으로 성장하게 되면 대표 아파트가 없는 금호건설의 위상도 한층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 시가지 3대축에서 대표 아파트로
성남 구 시가지 3대 재건축 중 올림픽은 가장 규모가 작았던 만큼 인기가 낮았지만 오히려 향후 조건은 세 곳 중 가장 유리한 입장을 갖고 있어 판도변화도 노려볼 수 있다.
금광래미안은 1098세대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공단과 인접해 있다는 점이 약점. 또 GS자이 역시 공단과 가까이 있으며, 단지 면적의 절반이상이 급경사지란 약점이 있다. 반면 경사지가 많은 성남시에서 평지에 들어선 아파트인 성남동 금호어울림은 이 두 단지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금호어울림은 과거 올림픽 아파트 시절에도 인기가 높았다”며 “하대원 GS자이 주변이나 금광 래미안 주변보다 생활수준이 높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남동 금호어울림의 매매가는 금광래미안과 유사하다. 현재 이 아파트 84㎡형(24평형)의 3.3㎡당 가격은 1307만원 선으로 금광래미안 같은 면적 아파트의 1350만원보다 다소 쳐져 있는 상태. 하지만 이는 100㎡형(30평형대)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호어울림 105㎡형은 3.3㎡당 1555만원으로 삼성래미안 100㎡의 ㎡당 매매가인 1492만원을 훨씬 뛰어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구 46평형인 152㎡형 역시 삼성래미안 145㎡형(구44평형)보다 3.3㎡당 가격은 10만원 가량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같은 지역에서 금호어울림이 삼성래미안을 앞선 것은 별로 많지 않은 사례”라며 “올림픽 재건축을 시작으로 금호어울림이 진정한 주택명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