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외남면 송지리에 가면 고즈넉한 시골마을 사이로 지중해풍의 저택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와가 아름답게 올라간 이 주택은 높은 언덕에 위치해 마을 입구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오랜 소망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건축주는 마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때문일까. S자 형태를 지닌 마을길과 연결되는 느낌이 들도록 마당 돌길 역시 S자로 꾸미며 주변 마을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해와 달이 만나는 터, ‘해오름터’… 누구나 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 = 주변보다 높은 산등성이에 위치한 이 주택의 이름을 건축주는 ‘해오름터’라고 지었다. 해와 달이 만나는 터라는 의미이다. 동남향으로 배치된 이 주택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바다 못지않게 멋들어진다. 지붕의 색감 역시 하늘과 맞닿아 조화될 수 있는 색상을 선택했다. 1층 모임지붕과 2층 박공지붕의 적절한 매치가 주택의 멋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 주택은 사면이 넓은 나무 데크에 둘러싸여 있다. 무엇보다도 지중해풍 주택의 포인트가 되는 전면의 앤티크 기둥은 주택을 미적 요소뿐 아니라 균형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앤티크 기둥은 사전에 골조공사 시에 기둥의 자리를 잡아 FRP(유리 및 카본섬유로 강화한 플라스틱계 복합재료)를 이용해 기둥의 외벽을 꾸몄다.
건축주의 마을에 대한 애정은 정원을 보더라도 알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주는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해 주택 가운데 정원을 배치하고는 한다. 하지만 이 건축주는 마당이 누구나 보고 즐기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소망했다.
실제 주택의 정원은 마을길과 연결되는 S자 형태의 돌길로 이어진다. 돌길을 따라 걷다보면 정자 하나와 하트 모양의 연못이 눈에 들어온다. 연못의 이름은 ‘일월연’. 해와 달이 함께하는 연꽃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이 연못은 건축주가 가장 신경을 쓴 공간 중의 하나이다. 연못 위로 설계된 물레방아는 주택의 평화로움을 더해준다.
멋스럽게 위치한 정자의 이름은 ‘무작정’ 이다.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듯이 누구나 아무 생각 없이, 작정 없이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건축주는 마을 주민들에게 ‘무작정’이 누구나 편하게 와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길 원했다. 이에 편안한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정자 주변에 작은 소나무를 심어 놓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주택에서 2층 다락과 포치(건물 현관 또는 출입구의 바깥쪽에 튀어나와 지붕으로 덮인 부분)는 손꼽히는 힐링 장소이다.
다락은 2층에 올라가자마자 만나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다락의 원형창에는 8각 창문틀을, 천장에는 계단재와 동일한 멀바우 자재로 창문틀을 조성하여 포인트를 줬다.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아래서 바깥 정자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힐링 공간으로 탄생했다. 2층 다락에서 원형창을 통해 바라보는 정원 풍경은 흡사 액자 속 그림 풍경과도 같다. 이 같은 매력 덕분에 이곳은 4계절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
2층 복도는 기도실 및 명상의 공간으로 활용,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2층에도 포치를 주택 전면에 배치해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주방은 거실과 연결된 개방 공간으로 요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치했다. 식탁은 거실 소파 뒷면에 배치해 역시 대화가 항상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침실은 1층 왼편에 독립적으로 위치했으며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침실 안쪽에 별도로 부부욕실과 파우더룸을 설계했다.
◇‘해오름터’만의 특별한 인테리어 ‘로맨틱·풍경·성공적’ = ‘해오름터’는 주택 전체적으로 평화로움과 자연미가 느껴지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고급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가미했다.
현관은 블랙과 화이트 톤의 타일 바닥에 블랙 메탈 타일과 손잡이를 설치해 깔끔하고 심플하게 장식했다. 1층의 거실 아트월은 깨끗한 베이지 계열의 대리석을 사용하고, 벽면과 바닥 모두 밝은 계열로 마감해 공간을 훨씬 넓어 보이게 했다.
특히 내부 모든 창들을 대형 파티오 창으로 설치해 바깥 풍경을 집에 담고자 했다. 다만 창이 크면 단열에 취약할 수 있어 건축주와 협의 하에 단열성을 향상시킨 고사양의 창호를 설치해 이를 보완했다.
거실에는 화이트톤 분위기에 ‘ㄱ’ 자형 퍼플 소파를 배치해 안락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한쪽 면은 모두 창으로 내어 정원을 충분히 조망할 수 있게 배치했다. 거실 창쪽에서 바라볼 때 정면에 위치한 계단실은 멀바우 계단재 및 평철 난간을 사용해 화이트톤의 주변 느낌과 대비되어 확실한 포인트가 됐다. 계단 조명은 마치 구름 모양을 하고 있어 계단을 오르는 것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주방은 그레이 브라운 색상의 타일로 마감하고 핑크색 가구로 꾸며 클래식하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핑크 가구를 선택했을 때 초기에는 망설임이 있었지만 아파트에서는 선택하기 힘든 과감한 색상을 단독주택에 적용하고자 하는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했다.
설계의 가장 큰 특징 및 아이디어 중 하나는, 보통의 아파트에서는 거실에서 화장실 입구가 바로 보여서 외부 손님이 왔을 때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이 노출되는데, 건축주는 그 부분을 설계로 극복하고 싶었다. 따라서 손님이 방문 시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복도를 돌아서 만나게 되는 화장실의 배치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