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대대적인 경제 개혁에 나선 가운데 ‘경제 실세’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 만큼이나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그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칼리드 알팔리(56)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이다. 사우디 왕실은 지난달 7일 기존 석유부를 없애고 에너지·광물자원부로 조직을 개편, 수자원 및 전력부문 등 에너지 전반을 관할토록 하고 이 부서의 수장으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최고경영자(CEO) 출신 알팔리를 임명했다. 그는 현재 아람코 회장이자 에너지광물자원장관을 겸하고 있다.
알팔리의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임명은 일찍부터 예견돼왔던 일이다. 지난해 4월 알팔리가 아람코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직은 물론 보건부 장관에 동시에 임명되자 차기 석유장관 지명을 위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모하마드 부왕세자는 자신이 회장직을 맡은 경제개발위원회에 산하조직으로 아람코가 편입되자 전 세계 석유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알리 알 나이미 전 석유장관을 견제할 인물로 알팔리 총재를 선택했다. 알팔리는 모하메드 부왕세자의 자문역으로 주요 산유국 석유장관들과 회동할 때마다 부왕세자와 동행해 ‘그림자 석유장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알팔리 장관은 30년 이상을 아람코에 몸담으며 석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부왕세자가 지난 4월에 발표한 탈석유화 경제개혁안 비전2030도 알팔리의 조언에 의해 완성됐다. 그는 2009년 1월 아람코 CEO에 임명돼 아람코를 서방권의 석유업체처럼 현대적 기업으로 체질개선 하는 데 주력해왔다.
석유시장에서의 향후 알팔리의 영향력과 입지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모하메드 부왕세자가 알팔리를 앞세워 사우디 석유정책은 물론 석유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지난 4월 “이란이 참여하지 않는 한 사우디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산유국 생산량 동결 협상을 무산시킨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임자인 알 나이미의 존재감이 컸던 만큼 알 팔리 장관이 후임으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다만 그가 석유업계 베테랑이라는 점, 아람코를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영향력과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