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사업부문 분할을 추진하는 삼성SDS의 사업재편 핵심으로 ‘주주가치’가 떠올랐다. 소액주주 반발로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그리고 표대결까지 이어지며 난항을 겪었던 구(舊)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과거의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소액주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재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8일 물류사업 분할에 따른 주주반발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 사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소액주주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삼성SDS 소액주주 모임은 ‘물류부문 분할 및 삼성물산과의 합병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며 오프라인 모임의 지역화를 추진하고 있다. 앞선 7일에는 소액주주 50여명이 서울 송파구 잠실 삼성SDS 본사를 찾아 물류 분할 결사반대 및 주가폭락에 대한 대책 등을 요구했다.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측의 대책이 없을 경우 대규모 집회를 열고 나아가 집단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SDS가 주주가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이유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9.20%)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에 있는 계열사인 만큼 차질 없는 사업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력시되는 안은 인적분할 방식이다. 삼성SDS 재무관리팀장인 김민식 상무는 소액주주 대표와의 만남에서 “물류부문이 분할되면 인적분할을 시행해 주주가치를 확보하고 주가폭락을 막는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인적분할은 삼성SDS를 물류부문(신설회사)과 IT서비스부문(존속회사)으로 나누는 것으로, 각 부문의 자산가치대로 분할비율이 결정된다. 각 부문의 주주구성은 인적분할 이전 삼성SDS 주주구성과 같고, 주주 지분율도 그대로 유지된다. 물류부문과 삼성물산이 합병할 경우 삼성SDS 주주들은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게 돼 주가변동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 강화에도 인적분할이 유리하다. 인적분할에 따른 물류부문과 삼성물산 합병 시 ‘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각 계열사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높아진다.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 상승은 취약한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각각 17.23%, 0.57%이며 삼성물산 보유 삼성전자 지분율은 4.12%다.
IT서비스부문의 경우 컨설팅·SI(시스템통합)사업은 삼성전자와 통합하고 아웃소싱사업은 자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성SDS 물류부문 분할 추진에 따라 중국 등 해외법인들도 물류와 IT서비스부문 간 분할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