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지급 자살보험금 2465억원뿐인가

입력 2016-06-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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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준 금융시장부 기자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문제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이 이슈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은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별도 지급한다’는 것이다. 물론 약관 어디에도 이 문장 그대로 적혀 있는 경우는 없다. 약관에는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가입 2년 경과 후 자살하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보험사 자살면책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자살보험금 지급 내용이 주계약과 특약 어디에 들어가냐에 따라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예컨대 해당 내용이 주계약과 특약 모두에 명시되는 경우, 주계약에만 명시되는 경우 등이 있다. 주계약도 종신보험, 연금보험, 정기보험 등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약관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한다. 1유형은 주계약(일반사망보장), 특약(재해사망보장)에서 주계약에만 자살보험금 지급을 명시한 경우다. 특약에는 주계약을 준용한다는 내용만 적혀 있다. 2유형은 주계약(일반사망보장)과 특약(재해사망보장) 모두에 자살보험금 지급 내용이 명시돼 있다. 3유형은 별도 특약이 없고 주계약에 일반사망과 재해사망 모두를 보장하는 경우다. 4유형은 일반사망이 아닌, 재해사망만 보장하는 경우다. 주계약은 특수재해사망, 특약은 일반재해사망을 보장한다.

현재 보험사들은 2유형을 기준으로 미지급금 2465억원(지연이자 포함)을 신고했다. 2014년 ING제재 사례를 기준으로 삼은 경우다. ING적발 사례가 아닌 유형은 모두 2465억원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일례로 삼성생명·교보·알리안츠·동부·신한생명 등 5개사는 3유형을 미지급금 규모에 포함하지 않았다.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자살보험금 지급 규모를 축소 보고했다면 그 과실은 가볍지 않다. 추가 제재에 나설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이 선제적으로 할 일은 숨겨진 미지급금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야 제재 명분과 정당성도 생긴다. 사실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현 태도에는 직권남용 등 지적도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 강력한 제재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숨겨진 미지급금 규모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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