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하는 자구안을 채권단과 합의했다. 애초 내년 하반기께 매각을 검토했으나 앞당긴 것이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의 수장을 서태환 사장에서 주익수 사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외부 전문 업체를 선임하고 전·현직 증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서 전 사장의 후임자를 물색한 결과다.
그러나 8년 동안 하이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서 전 사장의 교체가 결정되면서 안팎은 술렁였다. 서 전 사장은 2008년 9월 하이투자증권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때 첫 사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확충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쌓고, 대형 증권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구사하는 등 준수한 경영 실력을 인정받아 3회 연임됐다. 지난해에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312억원을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왔다.
그는 하이투자증권 사장을 지내기 전 현대중공업에서 기획실 재무팀장 겸 재정총괄전무이사를 역임했으며, 범 현대가의 그룹 분리 전 현대증권에서 약 10년간 증권부문 경력을 쌓기도 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한 주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전문가로 통했지만 현대중공업과는 인연이 없던 외부인사였다.
예상 외의 사장 교체에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지난 1월 현대중공업에 이를 따져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서 전 사장의 퇴진이 구조조정이나 매각의 사전작업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취임 후 주 사장의 행보도 매각과 연결돼 있었다. 주 사장은 지난 3월 인수합병(M&A) 자문 분야에서 실적을 올리고 있는 EY한영에 경영컨설팅을 의뢰했다. 회사 측은 주 대표가 회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컨설팅을 맡겼다고 설명했으나. 하이투자증권 매각 시 부실자산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밑작업이란 해석이 불거졌다.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 출신 양동빈 전무가 이달 초 하이투자증권에 온 점 역시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 이뤄졌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 전무는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내 해양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아 현대중공업 부실의 원흉으로 지적되던 해양플랜트사업본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