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문제가 경유값 인상에 따른 ‘증세’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경유값 인상을 위한 고위 당국자 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인 교통환경에너지세를 개편해 에너지 상대가격을 조정하려는 것이다.
환경부는 자동차 미세먼지의 70%를 내뿜는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대책으로 경유에 붙는 환경세 등 각종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서민 ‘증세’는 반대하면서도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세먼지 진짜 원인은? = 환경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 미세먼지 배출량은 PM10 약 12만톤, PM 2.5 약 7만6000톤으로 산정됐다. 이중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배출원은 제조업의 연소공정으로 PM 2.5 배출량 비중이 52%에 달했다. 이어 비(非)도로이동 오염원(17%), 도로이동 오염원(16%) 순이었다.
도로이동 오염원의 경우 화물차와 RV차량(6인 이상 탑승 가능한 레저용 차량)에서 미세먼지 대부분이 배출되며, 비도로이동 오염원의 경우 선박과 건설장비 등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온다.
환경부가 2014년도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사례를 분석한 결과, 국내 가장 영향이 컸던 날은 7월27일로 대기 정체로 인해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의 영향이 7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PM10은 이동오염원(자동차, 건설기계)의 영향이 56%로 가장 크게 나타났고, 날림먼지 등 생활주변 면오염원이 31%, 점오연원이 13% 순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주요 선진국 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4년의 경우 황사를 포함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미국 LA보다 1.5배 높고,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보다 각각 2.1배, 2.3배 높았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까닭은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화ㆍ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돼 있어 단위 면적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음에도 지리적 위치, 기상 여건 등이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편서풍 지대에 위치해 상시적으로 주변국 영향을 받는다. 기상학적으로도 미세먼지를 씻어 내리는 강수가 여름철에 편중돼 있고, 겨울철과 봄철에는 강수가 극히 적어 세정 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 주변에 자주 형성되는 대륙성 고기압으로 인한 대기정체가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을 자주 발생시킨다.
◇경유값 올리면 미세먼지 줄어들까? = 경유값을 올린다고 레저붐을 탄 RV 차량 수요와 수송 차량 수요가 과연 줄어들지는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오히려 화물 업계와 국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학적으로 주행거리가 긴 소비자일수록 휘발유차보다는 연료비가 저렴한 경유차 또는 LPG차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승용차를 주로 사업용으로 사용하는 소비자일수록 경유차를 선택할 확률은 높아진다. 또한, 소득이 낮아질수록 연료비가 저렴한 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경유가격을 인상하면 경유 승용차의 수요 증가를 억제해 환경오염이 악화될 수 있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수송용 경유의 경우 수요탄력성이 낮은 편이어서 가격이 상승해도 수요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또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와 NOx 등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억제할 수 있겠으나 물가 및 물류 비용의 상승으로 인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산업계와 경유차량 사용자의 조세저항이 우려된다.
만약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할 경우 에너지 가격 수준을 더욱 상승시켜 수출 위주의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돼 있어 에너지 가격 인상은 단기적으로 국제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에너지 낭비의 억제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촉진해 에너지 효율적인 산업구조로의 개편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적인 산업구조 및 기술개발은 생산성을 향상시켜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개편은 물가상승, 경제성장 등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