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경제·사회 정책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야정 고위 정책회의에서 결론난 사안이 갑자기 뒤집히는가 하면 부처간 기싸움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혼선으로 인해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시장의 불신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데 있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재정ㆍ통화 당국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참여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협의체에서 한은이 제안한 간접출자 형태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이라는 큰 틀의 가닥은 잡았지만 세부 실행계획에 있어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펀드에 대출해 주는 대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급보증에다 대출금 조기 회수방안까지 요구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는 더더욱 어렵다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내심 한은이 직접출자에까지 나서주면서 재정을 동원하는 방안 만큼은 가급적 피하려는 모양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정책도 혼란스럽다.
지난 2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 첫 회의에서 여야 3당은 성과연봉제 도입 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여야 3당이 정부 측에 강조한 내용이지 정부와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뒤집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낳고 있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도 부처간 엇박자로 혼선을 빚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한 이후 환경부는 미세먼지 주범인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경유값을 올리고 휘발유 값을 낮추는 방안을 내놨지만, 기획재정부가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이유로 제동을 걸어 부처 간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은 25일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차관들을 불러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처 간 엇박자로 중간 논의 과정은 생략된 채 곧바로 ‘세금인상’만 부각되는 결과를 초래해 여론의 동향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정권 후반기에 들면서 부처와 당정간 의견충돌이 잦기 때문으로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 권력관계가 갈등을 겪으면서 당이 청와대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원사격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당정 갈등과정에서 정부에 힘이 실리지 않다보니 소신을 갖고 일하지 못해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