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캐피탈 매각이 또다시 불발됐다.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 매각을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KDB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다.
산은은 24일 정오까지 산은캐피탈의 본입찰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1곳만이 응찰해 국가계약법상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후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1차 예비입찰에는 재무적투자자(FI)인 SK증권 프라이빗에퀴티(PE)가 단독 응찰해 무산됐다.
회사채 시장 냉각 등 캐피탈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 원매자가 선뜻 나서지 못했다.
더불어 산은캐피탈의 주력 분야가 자동차 할부 등 일반 캐피탈 회사와 달리 중소기업금융 비중이 높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불안요인이 됐다.
‘산은’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것도 원매자들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산은과 떨어졌을 경우 신인도가 하락하고, 영업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진행된 2차 예비입찰의 결과는 이러한 방해 요소들이 해소된 듯했다.
2차 예비입찰에는 1차 때 참여했던 SK증권 PE는 물론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 옛 명성그룹의 가족기업 ‘태양의도시’ 등 세 곳이 응찰해 모두 입찰적격자로 선정됐다. 칼라일은 SK PE와 마찬가지로 재무적투자자, 태양의도시는 경영을 맡을 전략적투자자(SI)로 각각 참여했다.
이들 투자자는 입찰적격자로 선정된 이후 산은캐피탈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 특히 SK증권 PE의 산은캐피탈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성사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산은캐피탈 최종입찰에는 전략적투자자인 태양의도시 한 곳만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SK증권 PE와 칼라일이 전략적투자자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본입찰 참여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두 곳의 투자사가 인수 이후 운영을 맡을 SI를 찾아다녔지만 기업 구조조정 이슈 등 변동성이 워낙 큰 상황인 만큼 마음 맞는 파트너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와 관련해 산은캐피탈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인수 이후의 상황을 불확실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은 이번 유찰로 산은캐피탈 매각 계획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적격 후보들이) 응찰마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캐피탈 업황이 예상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의미가 아니겠냐”며 “매물로 내놓는 시점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은은 산은캐피탈 보유 지분 99.92%를 매각할 계획이다. 장부가는 6500억원, 자산가치는 7000억원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