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증권사 CEO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규모에 따라 울고 웃었다. 유행을 따라 ELS 물량을 늘렸던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맥을 못 춘 반면 자체 역량강화에 방점을 찍은 K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중소 증권사는 최대 30% 이상 이익이 늘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투자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이 2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5% 늘어난 160억원을 기록했다.
HMC투자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교보증권도 231억원 영업이익을 내 32% 성장세를 보였다. 두 회사 모두 당기순이익은 40%대 증가율을 보였다.
이들 회사는 최근 몇 년간 증권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ELS 발행 대열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대신 각자의 사업 체질을 고려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역량을 강화했다.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은 회사 체질개선을 위해 기존 주력부문이 아닌 취약부문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큰 성과를 냈다. 기존에 KB투자증권은 기업금융(IB)에 강점이 있지만 대형사보다 절대 규모가 작은 탓에 리테일 부문은 취약한 상황이었다.
전 사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점 수 등을 만회하고자 고객 맞춤 자산관리 어플 ‘KB WM CAST’를 출시했다. 지점 직원과 오프라인에서 상담하는 수준 이상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자 기존 홍보실을 미디어센터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이러한 ‘집중 처방’이 빛을 발하며 KB투자증권은 전 사장 취임 1년 만인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13년 54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순이익이 지난해 471억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분기 말 5조2000억원 수준이었던 WM고객자산이 올 1분기 11조2000억원으로 214% 증가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마찬가지로 1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낸 HMC투자증권은 2014년 말 김흥제 사장 취임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구조화금융(SF) 등 신 수익원 창출에 집중했다. 해외 부동산과 항공기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과감한 결단력과 리스크관리 능력을 보인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4번째 연임에 성공한 교보증권의 김해준 사장 역시 국내에 국한되지 않은 과감한 대체투자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IB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한 전문가인 김 사장은 지난해 IB대체투자팀을 신설하고 1년 만에 1억달러가 넘는 딜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시류를 좇기보다는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전략에 집중한 증권사들이 놀라운 성과를 냈다”며 “특정 상품이 잘 팔리면 너도나도 복제하는 증권가 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