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 주식에 처음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해 1분기 애플 발행 주식의 0.2%에 해당하는 981만 주를 취득했다고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했다. 취득한 애플 지분의 가치는 10억7000만 달러(약 1조2599억원)에 이른다. 버핏은 그간 “모르는 것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며 IT 투자를 피해왔던 터라 시장에서는 이번 버크셔의 투자가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라고 보고 있다.
버핏은 지금까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웰스파고, 월마트 등 현금 유동성이 예측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지 않은 종목에 투자하는 이른바 ‘가치 투자’철학을 고수해왔다. 지난해 미국 증시를 견인한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 등 기술주에 거의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버핏의 투자 방침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버핏은 야후의 핵심 자산인 인터넷 사업부문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IT 분야 투자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장이 이번 버핏의 투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월가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투자가들이 애플 투자에서 잇달아 발을 뺀 가운데 버핏의 애플 투자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 전도사’로 불리는 칼 아이칸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차이나 리스크를 우려, 지난달 28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애플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억만장자 투자자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매니지먼트 설립자도 올해 1분기에 애플 지분을 팔았다. 특히 애플의 2016 회계연도 2분기(1~3월) 매출이 1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한때 시가총액 순위 1위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에 넘겨주는 등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버핏이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애플의 행보에 호감을 느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에만 자사주 매입으로 11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애플이 매출 증가 회복세를 이끌 능력이 있다고 판단,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아이폰7이나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하드웨어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날 버핏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애플 주가는 3.6% 급등하며 뉴욕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