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단증 심사에서 합격점을 받았더라도 신청인이 외국인이라면 단증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기원은 응시자가 본인 국적이 아닌 제3국에서 응시할 때는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운영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정은영 부장판사)는 독일 국적의 G 씨가 국기원 등을 상대로 낸 단증발급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판결에 따르면 G 씨는 단증을 딸 수 없고 심사에 들인 비용 7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이다.
독일에서 태권도 1단을 취득한 G 씨는 2014년 8월 서울의 한 대학 교환학생 자격으로 입국했다. 한 달이 지난 뒤 태권도 체육관에 등록한 G 씨는 관장인 최모 씨로부터 두달 만에 2단 단증을 딸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G 씨는 승단심사를 받은 뒤 겨루기, 품새, 기본 연습 등 3종목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서울시 태권도협회는 G 씨에게 단증을 발급할 수 없다고 통지했다. 독일 국적을 가진 G씨가 제3국인 우리나라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기원은 이런 규정을 둔 이유가 "해외에서 태권도 사업을 영위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단지 단증을 발급받기 위한 목적으로 극히 단기간만 한국에 입국해 단증을 취득한 후 자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규정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기원의 손을 들어줬다. 최종 심사권자인 국기원에게 승단심사를 합격한 사람이라도 단증 발급을 거부할 수 재량권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태권도협회가 G 씨의 승단심사신청을 접수해줬고, G씨가 승단심사를 받아 합격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국기원이 G씨에게 단증 발급에 대한 보호 가치 있는 신뢰를 부여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씨가 실제로 단증을 발급받기 어려운데도 가능한 것처럼 G 씨를 속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수련비 70만원에 대한 반환책임을 인정했다. 또 승단신청 자격이 없는 G 씨의 신청서를 접수받은 태권도협회 역시 심사비 5만원을 돌려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