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이 연일 환율 구두 개입에 나서는 가운데 이것이 엔화 강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두 개입으로 엔화 기세를 잠시 잠재울 수는 있지만 궁극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아소 재무상은 9일(현지시간) 엔 매도를 통한 환율 개입을 암시, 한때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1% 가량 하락했다. 아소 재무상은 이날 국회에서 엔고가 정부의 경제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엔화 가치 상승이 계속되면 정부는 외환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달러는 유럽 시장에서 엔화에 대해 1.2% 상승, 108.50엔을 돌파했다. 지난 6일 시점에 달러는 엔화에 대해 연초 대비 11% 하락했다.
하지만 아소 재무상의 구두 개입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발언에 시장도 무뎌진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두 개입은 정책 담당자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상투적인 수단인 만큼 시장도 식상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구두 개입이 먹히지 않는 이유를 몇 가지 들었다.
올 2월 열린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지난 몇 년간 달러 강세가 역효과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추가적인 달러 강세를 피하자는 데에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G20 회의 이후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하락하고 엔화는 급등했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글로벌 통화전쟁이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실제로 개입했다고 해도 그것이 제기능을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본은행(BOJ)은 1월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후 엔화 가치는 오히려 뛰었다. 이에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은행이 공개적으로 엔 매도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TD 시큐리티의 수석 외환 전략가 메이젠 잇사는 “달러가 언제까지나 계속 오를 리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일본 당국이 달러 강세·엔화 약세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에서 중국과 일본, 독일, 한국, 대만을 환율조작 여부를 감시해야 하는 ‘감시대상국’으로 분류감시 목록에 넣었다. 일본이 연휴 중이던 지난 3일에는 달러당 105.55엔으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추가 완화에 나서기 직전에 해당하는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소 재무상은 9일, 환율 개입에 대해 미국과 일본 간에 이견이 있음을 밝혔는데, 이것도 일본이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환율 개입 등을 견제하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구두 개입으로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소폭 하락한 건 임시방편이며, 궁극적인 엔고 저지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엘사 리그노스 수석 통화 전략가는 “단기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