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내용의 실험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교수가 구속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우 판사는 7일 조모(57)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 대해 구수뢰 후 부정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2011년 10월 옥시로부터 2억50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받고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 교수는 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검사 이철희)은 조 교수가 옥시 측으로부터 받은 연구비 2억 5000만원 중 500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또 연구비외에 별도의 자문료 1200만원을 개인계좌로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4일 조 교수와 또 다른 보고서 용역을 수행한 호서대 유모(61)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하고 실험 일지와 연구 기록 등을 확보했다. 두 교수가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물이 나오도록 데이터를 임의로 가공하거나 특정 결과를 은폐한 내역이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날 조 교수를 긴급 체포했다.
조 교수 측은 데이터 조작이나 고의적으로 실험 결과 일부를 누락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용역비도 통상의 금액이고, 옥시 측으로부터 별도의 자문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정규직 직원의 격려금과 비용 지원 등 현금 지출이 불가피한 곳에 사용했을 뿐 대가성이 있는 돈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판매 과정에 수사력을 집중하던 검찰은 최근 인력을 보강하면서 업체 측의 증거인멸에 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