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6월 기준금리 인상에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직접적 힌트를 주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뒀다.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25~0.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과 부합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해외 리스크와 관련된 문구를 삭제하는 등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평가가 다소 개선돼 6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보도했다.
이번 FOMC 성명에서는 지난 3월의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동향이 계속해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문구가 삭제되는 대신 “인플레이션 지표와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진전상황을 계속해서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다만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직전 열렸던 지난해 10월 FOMC 당시 넣었던 ‘다음 회의’라는 직접적 표현은 없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준이 해외 경제와 금융시장에 위험이 있다는 3월까지의 견해를 삭제해 6월 FOMC 등 차기 회의에서 금리인상 여지를 남겼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 동요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도 시기상조여서 연준이 중립적인 입장의 성명을 발표해 시장의 반응을 살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성명은 “경제활동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고용시장 상황은 더 개선됐다”며 “가계지출 성장세는 완만하지만 가계 실질소득은 견실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심리는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명은 또 “연초 이후 주택 부문은 더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고정자산 투자와 순수출은 약해지고 있다”며 “탄탄한 증가 등 최근 일련의 지표들은 노동시장이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연준 목표인 2%를 밑돌고 있지만 저유가와 수입가격 하락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 중기적으로 2%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성명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9년 반만에 금리를 인상했을 당시 썼던 ‘위험 균형’이라는 표현은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연준은 올해 열린 3차례 FOMC에서 ‘위험 균형’을 넣지 않았다. 이는 연초 불거진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과 지속되는 경기둔화 우려에 연준이 신중하게 경제를 전망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달 FOMC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과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 등이 없기 때문에 이날 성명이 향후 연준 움직임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지난달 회의와 마찬가지로 이번 FOMC에서도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한 명만이 0.50~0.75%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이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나 글로벌 금융시장 전개 상황이 더욱 중요해졌다. 미국의 지난 3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21만5000명 증가해 고용시장 회복 기준으로 여겨지는 20만명을 넘겼다. 그러나 미국 경제도 글로벌 경기둔화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애틀랜타 연은의 경제성장 예측모델인 GDP나우는 지난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0.6%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1.4%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연준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면서도 차기 기준금리 인상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미국증시는 혼조세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우지수는 오후 3시2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52%, S&P500지수는 0.36% 오르고 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39%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