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여자화장실은 언제나 오른쪽”

입력 2016-04-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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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내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최근 어떤 회원이 이상한 사진을 하나 올렸다. 영어로 ‘남자 화장실은 왼쪽. 여자는 항상 옳으니까’(사진)라고 쓴 표지판이었다. 오른쪽도 되고 옳다는 뜻도 있는 right라는 단어를 가지고 만든 장난이었다.

이런 세상에! 여자는 항상 옳으니 오른쪽(옳은 쪽!)으로 가고 남자는 왼쪽으로 가야 한다구? 대명천지에 이런 법이 어디 있나? 이 세상에 여자 화장실이라고 표시된 곳만 빼면 다 남자 화장실이거늘.

그걸 보는 동안 시경의 시 하나가 생각났다. ‘左之左之 君子宜之 右之右之 君子有之’(좌지좌지 군자의지 우지우지 군자유지). 소아(小雅)편 북산지십(北山之什)의 상상자화(裳裳者華)에 나오는 노래인데, 해석이 어렵고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1)왼쪽 것은 왼쪽으로 임께서 맞추시고 오른쪽 것은 오른쪽으로 임께서 있게 하신다. 2)왼쪽으로 인도하고 왼쪽으로 인도함에 군자가 마땅하며 오른쪽으로 인도하고 오른쪽으로 인도함에 군자가 가지고 있도다(뭘 가지고 있다는 건지?). 3)왼쪽으로 하면 왼쪽으로 인도함이 군자답게 마땅하게 다루시며 오른쪽으로 하면 오른쪽으로 인도함에 군자답게 가지고 있도다(이게 우리말이 되나?). 4)왼쪽이면 왼쪽으로 군자는 알맞게 행동하고 오른쪽이면 오른쪽으로 군자는 올바름을 지키네.

네 번째 해석이 가장 좋다. 이 해석이 맞았으면 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의미가 그럴듯한 해석도 있다. 그것은 ‘좌로 가도 좌로 가도 군자의 길은 옳고 우로 가도 우로 가도 군자의 길은 바르다’이다. 멋지다! 군자라면 그래야지. 그러니 군자가 왼쪽으로 화장실을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그게 뭐 대수냐? 군자는 어디로 가든, 어디에서든 쾌뇨 쾌변을 하고 시원하게 방뇨 방분을 잘 하면 된다.

열흘 전 둘레길을 산책하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여러 번 화장실에 가고, 가서도 소변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전립선 비대라나 뭐라나 때문에 생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 처지가 아닌 게 정말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그 시의 마지막 부분 여덟 자, ‘維其有之 是以似之’(유기유지 시이사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제각각이다. 1)그렇게도 친근하게 하시니 그래서 조상의 위업을 이으신다. 2)오직 고삐를 잡고 있음이라, 이로써 그와 같도다(이게 무슨 말?). 3)모두를 가지고 있으니 이 때문에 그와 같이 하네(대체 무슨 스피크인지).

‘순자’ 불구(不苟)편에도 이 시가 소개돼 있다. 순자는 군자가 의로움을 근거로 굽히고 뻗고 하면서 변화하고 호응하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맞다. 맞아. 군자는 화장실이 좁으면 굽히고 들어가서 볼일을 보고, 팔을 뻗어 몸도 좀 풀고 능굴능신(能屈能伸), 변화에 호응하고 적응하면서 중요한 대사를 치르면 그만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 이런 노래를 배웠다. “사람들은 왼쪽 길, 차나 짐은 오른 길/이쪽저쪽 잘 보고 길을 건너갑시다/앞만 보고 갑시다 한눈팔지 맙시다/모두 모두 웃는 낯 정다운 길 우리 길.”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오른쪽 보행을 하라고 하니 옳은 보행과 처신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렇지. 군자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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