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조작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막대한 배상과 역대 최악의 주가 폭락이라는 역풍을 맞게 됐다.
폭스바겐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와 디젤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피해 배상 방안에 합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의 찰스 브레어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폭스바겐과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배기가스 조작 차량 소유주에게 ‘상당한(substantial)’ 현금 배상을 하고, 해당 차량을 재매입(바이백)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브레어 판사는 최종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정확한 배상액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종 합의안 조정 시한은 오는 6월 21일까지다.
그러나 FT는 폭스바겐이 조작 피해를 본 2000cc급 디젤차량 중 약 48만대가 재매입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자동차 업계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바이백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합의에는 약 8만5000대의 3000cc 차량에 대한 피해 배상은 포함되지 않아 배상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바이백에만 70억 달러(7조98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폭스바겐은 조작 스캔들 수습을 위해 대손충담금으로 67억 유로(8조6200억원)를 따로 떼놓은 상태다. 하지만, FT는 이번 합의안으로 이 규모가 150억 유로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450억 유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EPA로부터 수년간 디젤차에 조작장치를 달아 대기오염 측정 테스트를 통과해온 사실이 적발돼 세계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벌써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폭스바겐과 미국 정부의 최종합의안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엑산 비앤피 파리바의 스튜어트 피어슨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의 바이백 규모는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10만대 이상 바이백을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다른 자동차업체들이 이번 합의안을 두고 매우 위험한 선례라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일본판 폭스바겐 사태’로 연일 시끄럽다. 21일 도쿄증시서 미쓰비시 주가는 20% 넘게 폭락해 사상 최저치인 583엔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미쓰비시는 매도 주문 쇄도로 종일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전날에는 15% 폭락한 733엔에 거래를 마쳤었다. 불과 이틀새에 회사 주가가 30% 이상 추락하면서 시가총액에서 2764억 엔(약 2조9000억원)이 증발됐다.
앞서 미쓰비시의 아이카와 데쓰로 사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연비 테스트 데이터가 조작된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미쓰비시는 문제의 차량 4개 모델의 생산·판매를 중단하고 보상 문제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실적은 물론 회사 경영에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