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에서 개발도상국의 무역기술장벽(TBT)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의 특성과 공정, 생산방법을 기술한 기술규정, 표준, 인증 등 적합성평가절차 등을 뜻하는 TBT를 새롭게 신설하거나 국제기준에도 없는 장벽을 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특히 신규 TBT 10건 중 8건이 신흥국의 무역규제였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발간한 ‘2015년도 무역기술장벽(TBT)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3개국에서 전체 1989건의 통보문이 발행됐다. WTO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2239건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준이다. 이 중 신규규제는 1124건, 개정 24건, 추가ㆍ정정은 523건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83건으로 가장 많고, 에콰도르(126), 브라질(119), 중국(111)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80건을 통보해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정보 수집조차 쉽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새로 발생한 기술규제가 1124건으로 전체 신규규제 건수의 78%를 차지했다. 분야별로는 주로 식품 ㆍ의약품 분야의 통보가 771건으로 가장 활발했고, 전기전자(261건, 13%), 화학세라믹(216건, 11%)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80건 중 식의약품(43건)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는 생활용품(10건), 정보디지털(8건), 전기전자(7건) 등의 순이었다.
목적별로는 건강과 안전 규제가1027건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고,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도 343건(17%)에 달해 전세계적으로 건강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표원은 또 특정무역현안(STC)의 경우 28개국에서 86건이 발생해 2013년 73건, 2014년 85건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STC는 상대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각 회원국이 WTO TBT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스웨덴 등에 8건(신규 5건)의 특정무역현안(STC)을 제기했고 미국, 캐나다 등이 2건(신규 1건)의 STC를 우리나라에 제기한 상태다.
더욱이 신규 STC 중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지 않은 미통보 사례가 19건(51%)이나 돼 WTO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4월 의약품ㆍ의료기기 등록비 기준을 WTO 통보없이 신설, 수입의료기기에 대해 중국산 대비 2배의 수수료를 책정해 우리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국표원은 우리 수출기업이 겪고 있는 기술장벽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WTO TBT 위원회 정례회의(다자회의)는 물론,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양자회의를 통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업이 애로를 겪고 있는 중국 화장품표시(라벨) 규제 등 STC 8건에 대해 대응한 결과, 2건에 대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작년 5월 정부가 중국 정부만 시행하고 있는 화장품표시를 스티커 형태로 부착하는 덧붙이기(오버라벨링)가 불필요한 무역장벽임을 주장한 결과 중국 측이 이 규정을 철회했다. 또 올해 1월 스웨덴이 전자제품에 대해 화학물질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현실적으로 대체물질 개발에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설득에 나서 이같은 규제가 시행되는 것을 유보시켰다.
국표원은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으로 관세장벽이 낮아지자 TBT과 같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틀어가고 있다”면서 “수출기업의 무역기술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현장 중심으로 수출기업, 협ㆍ단체 등과 공조하고, 현지 규제당국과의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표원은 WTO BTB 동향과 우리 기업의 대응 사례를 정리한 보고서를 이다라 말 중소ㆍ중견기업에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