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국내 중견 태양광업체들이 때아닌 암초를 만났다. 최근 국내 중견업체들의 태양전지ㆍ모듈 최대 공급처인 미국 대표 태양광업체 선에디슨에 대한 파산 가능성이 불거지면서다. 선에디슨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는 공급처 다변화 추진 등으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선 선에디슨이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DIP:Debtor In Possession) 또는 파산보호신청 절차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비빈트솔라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문제와 주가 하락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고, 결산보고서 제출 기한도 지키지 못하는 등 선에디슨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에디슨은 전 세계 반도체 웨이퍼 시장을 석권하며 성장했고, 현재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과 발전소에 일드코 방식을 도입하는 등 미국의 대표적 태양광업체로 불려왔다. 각국 태양광업체들과의 거래도 많아 이번 파산설의 여파도 크다.
이에 국내에서도 선에디슨과 대규모 물량 계약을 맺은 중견 태양광업계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선에디슨과의 계약으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반등에 나서고 있는 신성솔라에너지와 웅진에너지가 대표적이다. 계약 물량이 큰 만큼, 선에디슨이 파산하게 되면 올해 사업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실제 신성솔라에너지는 앞서 선에디슨과 800MW 규모의 태양전지를 내년까지 공급하는 내용의 추가 계약을 맺었고, 웅진에너지 역시 올해 말까지 최대 6400톤 규모의 단결정 실리콘 잉곳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같은 ‘선에디슨발(發)’ 암초에 대응하려는 중견 태양광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선에디슨을 대체하는 대규모 판매처를 물색하는 등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올 1분기부터 선에디슨과의 계약 물량을 미국 태양광 모듈업체인 플렉스로 전환했다. 이미 플렉스와 연간 400MW 규모의 태양전지를 2년간 납품하는 것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이달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2년간 계약을 목표로 진행 중이지만, 향후엔 선에디슨과 같은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것도 신성솔라에너지 측의 생각이다.
웅진에너지도 선에디슨의 상황을 감지하고 당초 최대 6400톤을 공급하는 본계약을 조기 종료, 6월까지 3800톤을 공급하는 것으로 계약을 조정한 상태다. 이에 맞춰 웅진에너지는 2월 중국 단결정 잉곳ㆍ웨이퍼업체인 론지실리콘과 3000톤 규모의 잉곳을 12월까지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성솔라에너지와 웅진에너지 모두 대체 공급선을 이미 확보하고, 고객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선에디슨인 만큼 영향이 작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 수요처인 미국에선 여전히 중국산 제품 반덤핑 관세로 인해 국산 태양전지ㆍ모듈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중견 태양광업체들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