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와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4시간에 걸친 ‘국민과의 대화’에서 각종 민생경제를 비롯해 정치·사회·외교 등 현안에 대한 질의에 답했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국민과의 소통의 일환으로 사전에 마련된 SNS 등 질문 접수창구를 통해 러시아 전 지역에서 300만개의 질문 중 74개를 추린 것이다.
이번 대화에서 가장 관심이 높았던 건 단연 경제였다. 주된 질문은 △향후 경제전망 △식료품 등 물가인상 등으로 현재 어려운 러시아 상황을 대변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향후 전망에 대해선 “아직까지 상황이 호전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은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로 전망한다면서도 내년에는 1.4%의 플러스 성장을 예상했다.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3.4%에서 2013년에는 1.3%, 2014년은 0.6%로 최근 수 년간 급격히 둔화했고, 심지어 작년에는 3.8%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푸틴 대통령은 치솟는 식료품값 인상에 대해서는“곧 안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율이 12.9%였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경제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며 ‘돈찍는 일’보다 ‘경제구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2012년 6.6%, 2013년 6.5%, 2014년 11.4%, 2015년 12.9%로 상승폭을 확대, 저성장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해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는 7월로 종료되는 대러시아 제재가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자국은 서방의 제재에도 자립적으로 버틸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2014년 수준으로 회복됐으며, 현재 국가 예비기금의 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0.5% 수준이라고 국가재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보유액 기준으로 추가 충당없이 예년 수준으로 지출만 할 경우, 향후 4년간은 버틸 수 있는 재정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모든 국가 경제시스템이 마비되는 최악의 경우에도 4개월은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 석유가스의 관련 세수가 많을 때, 적자 보전을 위해 설정해 놓는 예비기금과 경기부양책에 이용할 국민복지기금 등 총 2가지 계정으로 국가예비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4190억 달러, 국가예비기금은 1400억 달러였다. 당시 이같은 국가예비기금은 러시아 국영기업 외환보유고를 미포함한 금액으로, 이를 더하면 훨씬 많은 예비기금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국영기업의 민영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시리아 사태, 터키-우크라이나와의 갈등,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문제 등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파나마 페이퍼와의 연관설에 대해서는 이를 공개한 독일 신문이 미국 골드만삭스 소유라며 미국이 의도적으로 흘린 정보라고 일축했다. 2018년 대선 출마와 관련해선 본인의 국정운영성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전명수 러시아 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