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전자업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PC사업 통합이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도시바와 후지쯔의 PC사업부와 소니에서 분사한 VAIO의 통합 협상이 최종 결렬될 전망이라고 1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3사는 통합 이후 성장 전략과 거점 통폐합 등을 놓고 이견이 심해 타협을 이루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PC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경영환경이 악화한 가운데 통합이 물거품될 지경에 놓이면서 채산성이 악화한 도시바와 후지쯔 위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와 평면 패널 사업을 재편하는 등 저수익 사업의 재구축을 진행해왔다. 인프라와 주택, 자동차 관련 기기 등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등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PC는 남겨진 과제 중 하나였다.
도시바와 후지쯔, VAIO 지분의 90%를 가진 일본산업파트너스(JIP)는 PC사업 효율성 제고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시바 분식회계 파문 이후 지난해 가을부터 공동 출자로 지주회사를 설립해 3사 PC사업을 통합하는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후지쯔와 JIP의 협상 과정에서, 통합으로 얻어질 장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협상을 계속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생산 거점 통폐합을 놓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것도 협상이 난항에 빠진 주원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IP가 이미 협상에서 이탈했으며 후지쯔와 도시바가 여전히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양사 모두 새 합작회사의 과반수 지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협상이 아예 무산될 위기에 있다고 전했다.
한때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PC업계는 저가를 앞세운 중국 기업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일본 PC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0%에 달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바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1%, 후지쯔는 1.2%, VAIO는 1.1%를 각각 기록해 3사를 합치더라도 점유율이 6.4%에 불과하다. 이는 1위인 중국 레노버의 17.4%에 크게 밀리는 수치다.
WSJ에 따르면 또다른 일본 PC업체 NEC는 지난 2011년 합작벤처 설립으로 레노버의 산하로 들어갔다. 파나소닉은 기업 용도의 고성능 모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나마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일본시장 수요 감소도 문제다. 일본 PC시장은 수년 전 연간 1500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약 1000만대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