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올해 12억 달러(약 1조3884억원)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승인할 예정이며 이중 상당수는 미국이 주도권을 쥔 세계은행(WB)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고 1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AIIB에 따르면 올해 투자계획 중 약 4분의 1을 WB와 공동으로 이행하며 중부 아시아와 남아시아 동아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교통과 상하수도,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출할 계획이다.
이는 두 은행이 전날 미국 워싱턴 WB 본부에서 체결한 재무협력협정의 일부분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진리췬 AIIB 총재는 “WB의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공동 파이낸싱과 기타 부문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장기적이고 풍요로운 결실을 보는 관계를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AIIB는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출범했으며 현재 57개 창립 회원국이 있다. 미국과 일본은 지배구조 투명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가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AIIB가 미국이 주도하는 WB, 일본이 의장국인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용 WB 총재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세계의 막대한 인프라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새 파트너와의 공동 작업에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AIIB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WB는 전 세계 12억 인구가 현재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으며 24억명은 하수도와 같은 기본적인 공중위생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IB가 자신에 대한 서구권의 우려를 완화하고자 WB와 손을 잡았다고 풀이했다. 새 협정에서 WB는 공동 파이낸싱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한다.
한편 대만 정부는 지난 12일 AIIB 가입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진리췬 총재가 지난 7일 홍콩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대만이 AIIB에 합류하려면 홍콩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자 발끈한 것이다. 대만 정부는 “진 총재의 요구가 대만의 주권을 훼손하며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홍콩 모델은 중국 재정부가 홍콩을 대신해 AIIB 가입 신청 수속을 밟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