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1980년대까지 선진 산업과 제품을 모방하고 기술을 이식하는 성장 방식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글로벌 장벽이 무너지고 업종 경계선이 없는 환경에서는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투자해야 생존 확율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ICT(정보통신기술)가 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 들어 더 심화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대표기업인 샤프와 도시바 백색가전 부문이 중화권 기업인 대만 훙하이그룹, 메이디로 각각 넘어간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중국 하이얼그룹은 2012년 파나소닉으로부터 자회사 산요의 가전 부문을 인수해 일본시장에서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한때 세계 1위로 승승장구하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도태되고, 급기야 2013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부문을 매각하는 수모를 당했다. 핀란드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던 노키아의 퇴장은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켰다.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 경제는 동반 침체를 불러왔고 실업률이 10%를 넘을 정도로 악화됐다. 당시 노키아는 핀란드 전체 수출의 20%, 핀란드 전체 연구개발(R&D) 투자의 30%, 법인세의 23%를 차지했다.
반면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공통점은 핵심기술의 기반역량을 갖추고 있다. 성장 전략에 맞추어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기술 역량을 키운 결과물이다. 캐논은 광학, 이미지 처리, 정밀 기계 등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광학기기 분야에서 연속적으로 혁신 제품을 내놓고 있다.
캐논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금액 기준 시장점유율 41%를 달성했다. 또 미국 특허등록 4134건으로 IBM과 삼성에 이은 3위를 기록해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이슨은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청소기는 물론 날개 없는 선풍기를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애플은 고객에 대한 이해에 기초한 다양한 형태의 UX(사용자 경험) 기술과 OS·SW·HW 기술 등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통해 혁신 제품을 선보여 왔다. 이를 토대로 만든 제품 중 하나가 아이폰이다. 아마존도 전자상거래 기술, 물류 기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플랫폼, 빅데이터 기술 등에 힘입어 아마존 스토어, 클라우드, 킨들 등의 시장 선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