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회복이 둔화하고 고르지 못한 것은 물론 아예 ‘정체’될 위기에 빠졌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와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공동 집계한 타이거지수(TIGER, Tracking Indexes for the Global Economic Recovery)는 신흥국발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이 극대화됐던 지난해 중반과 같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타이거지수 가운데 선진국의 종합성장지수는 경기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인 ‘제로(0)’에 간신히 걸치고 있고 신흥국지수는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 중반의 마이너스(-)8에 육박하고 있다.
타이거지수를 고안한 브루킹스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지난 1~2월의 최악의 순간에서 벗어났지만 타이거지수는 여전히 올해 성장세가 지난해와 같이 미지근할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이거지수 결과가 국제통화기금(IMF)이 12일 발표할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IMF는 이번 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하향 조정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회복 둔화가 너무 오래 가고 있다”며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20개국(G20)의 경기회복세를 가늠하는 척도인 타이거지수는 실물경제 동향과 금융변동성, 기업과 소비자 부문의 신뢰지수 등을 종합해 산출되는 지표다.
프라사드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국 정부가 개혁에 착수하고 공격적으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쓸 수 있다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약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아예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고용과 소매판매, 신용확대 등에 힘입어 현재 비교적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기업 부문의 자신감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약간 나은 모습을 보일 전망이지만 투자와 소매판매, 소비자신뢰지수 등은 여전히 약한 상태여서 경제성장 지속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고용시장 개선이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산업생산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소매판매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유출과 위안화 평가절하 등으로 연초 극도의 혼란을 보였던 중국은 경기둔화 속에 개혁이 주춤하고 있다고 프라사드는 지적했다.
7%가 넘는 경제성장률로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도 그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브라질과 러시아는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