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파티는 끝났다”…일본서 발 빼는 글로벌 IB들

입력 2016-04-11 08:48 수정 2016-04-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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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CS 등 일본증시 전망 잇따라 하향…외국인 투자자, 도쿄증시서 13주 연속 순매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에 열광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일본증시에서 서서히 발을 뺄 조짐이다. 일본 경제는 침체 일보 직전인 가운데 엔고와 글로벌 경기 둔화를 배경으로 일본 내 수요마저 주춤해지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기대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씨티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CS) 블랙록 LGT캐피털파트너스 등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일본증시에 대한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7일 블랙록과 CS 등 글로벌 IB의 일본증시 투자전망 하향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IB는 그동안 아베노믹스에 기반한 일본증시 강세에 베팅했었는데 이를 철회한 것이다. 스위스 소재 자산운용업체 LGT캐피털파트너스도 같은 날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리려는 아베노믹스의 시도에 대한 낙관론이 퇴색했다”며 일본증시 베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아베노믹스를 열렬히 지지해왔다. 아베노믹스가 출범한 지난 2012부터 2015년까지 일본증시 거래액 중 해외 투자가들이 차지한 비중은 약 70%. 이 기간 이들의 순매수 규모는 18조5000억 엔(약 196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 해외 투자가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이들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믿음으로 고수해온 ‘일본 주식 매입·엔화 매도’ 포지션을 해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베노믹스 약발이 떨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오르자 일본 수출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해 1월 둘째 주부터 13주 연속 도쿄증시에서 순매도했는데, 그 규모는 5조 엔에 이른다. 이는 1998년의 16주 이후 최장 기간 순매도세가 이어진 것이며 규모로는 1993년 이후 최대치다. 이 여파로 도쿄증시 토픽스지수는 올 들어 17% 가까이 하락했다.

나데르 나에이미 AMP캐피털인베스터스 역동적 시장 부문 대표는 “일본은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며 “많은 투자자가 아베노믹스를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도 일본 주식을 매도할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달러화당 엔화 가치는 지난 7일 2014년 10월 말 이후 1년 5개월 만에 107엔대까지 치솟았다. 한 뉴욕외환시장 딜러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를 꺾기 시작했다”며 “주가가 하락하고 엔고 현상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11일 일본 경기가 내우외환에 빠졌다며 소득 증가가 제한적이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으며 기업들도 설비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근로자 가구 소득에서 소비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2015년에 73.8%로,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해 아베노믹스가 시작되기 전인 2012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일본 내각부가 오는 5월 18일 발표하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일본은 다시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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