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약세 등을 배경으로 세계은행(WB)의 올해 대출 규모가 2010년 이후 최대치에 육박하고 있다.
WB 산하 대출기구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은 오는 6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에 대출 규모가 250억~350억 달러(약 28조8400억~40조3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고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대출 수요가 442억 달러로 급증했던 지난 2010년 이후 최대치라고 FT는 전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오는 15~17일 국제통화기금(IMF)·WB 봄철 연차총회가 열린다. IMF는 총회를 앞두고 12일 발표하는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WB는 이번 총회에서 신흥국 경기둔화, 조세회피 등 각종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것 외에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페루 등 원자재 가격 약세로 타격을 받은 국가들의 쏟아지는 대출 요청에 어떻게 대처할 지가 가장 큰 고민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김용 WB 총재는 “올해가 위기가 아닌 시기 중에는 가장 많이 대출을 하는 해”라며 “그 중 일부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시리아 난민, 기타 국제적 분쟁과 기후변화 등 특정 이슈와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WB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출의 약 45%는 우리가 ‘개발정책대출(Development policy lending)’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라며 “이런 대출은 특정 사안과 관련이 없으며 WB가 해당 정부 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신흥국 중에 경제 전반적인 상황이 악화한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1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자원이 풍부한 신흥국들이 직면한 어려움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IMF의 역할을 WB가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아프리카 산유국인 앙골라는 지난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는데 이는 WB로부터 6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정지원 대출을 받은 지 9개월이 지나서였다.
그러나 김용 총재는 “WB의 대출도 충분한 개혁 요구와 함께 이뤄지며 IMF로부터 자문도 받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어 김 총재는 “대출 수요 급증에 대응하려면 WB는 더 많은 실탄이 필요하다”며 “WB 주주들이 자본을 더 확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