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주연 배우들이 말하는 사전 제작 드라마의 장점은 명확했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 공통점.
송중기는 “사전 제작 환경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 준비 단계도 상대적으로 훨씬 여유롭게 넘길 수 있었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작 환경이 여유로운 만큼 배우로서 연기 욕심은 더 생겼다. 그는 “사전 제작이기에 욕심이 더 컸다. 연기 외적인 것은 모르겠지만, 요즘 많은 분들이 제 연기를 사랑해 주셔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사실 제게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더 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 대본은 드라마 ‘상속자들’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등을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와 ‘여왕의 교실’ ‘친구, 우리들의 전설’ 등을 맡았던 김원석 작가가 힘을 합쳐 써냈다. 송중기는 “김원석 작가와 김은숙 작가가 협업한 대본은 감히 제 생애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대본을 열 번, 스무 번 보면서 촬영했지만, 볼 때마다 설레고 좋았다. 제가 대본을 뛰어넘어 표현했는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송혜교는 “완전한 사전 제작 드라마 촬영을 처음 경험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반 사전 제작이었는데,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전 제작이다 보니 몸은 아주 편했다. 복에 겨운 소리일 수 있지만, 대본이 나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촬영 현장에서 감정을 잡는 부분은 어렵게 느꼈다. 송혜교는 “1회 장면을 촬영하다가 8회, 3회 등 회차를 넘나들다 보니 감정 잡는 부분이 힘들 때가 많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씩 놓치고 가는 것이 있어 아쉬웠다”고 밝혔다. 그는 “생방송으로 찍다 보면 1회, 2회 촬영하면서 저도 모르는 새 감정에 빠져드는 것이 있는데, 사전 제작 환경에서는 그 순간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지원 역시 “(저는) 연기에 앞서 더 준비하는 편이라 사전 제작이 마음 편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녀는 “대본을 몇 번 더 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첫 장면부터 감정 연기가 중요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응복 PD는 “‘태양의 후예’는 사전 제작이 아니었다면 방송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드라마의 배경인 가상 국가 ‘우르크’ 장면 촬영은 그리스에서 진행됐다. 그는 “그리스 촬영에만 한 달이 걸렸다. 또 3차례에 걸친 발전소 지진 장면을 만들고, 태백에 대규모 오픈 세트를 제작했다. 헬기 협조, 장소 사용 등의 문제로 군 당국 허가도 수시로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우리에게는 사전 제작이 필수였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의 사전 제작은 또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시간으로 제작되는 드라마는 본방송이 진행되면서 시청자의 반응에 피드백을 줄 수 있지만, 사전 제작 드라마는 제작과정에서 시청자 반응을 알 수 없다. 이응복 PD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작가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여러 차례 편집을 수정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