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악화된 노사관계가 경영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가 경영·인사권에 관여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하자, 사측이 난색을 표하며 본격적 충돌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 커지고 있다. 앞서 올해 초 사측이 효율적 인력운영을 위해 인력을 전환배치하면서 시작된 노조와의 갈등이 임단협을 기점으로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7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이날 회사의 경영·인사권에 관여하는 내용을 담은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핵심은 '경영의 원칙' 조항을 신설해 '회사는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 투명한 경영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을 인정하고, 이사회 의결 사항을 노조에 통보하도록 했다. 또 경영상 중요한 사항의 심의 결과는 노조 요청 시 즉시 설명하고, 외부 감사를 선임할 경우에도 노조가 반대하지 않는 1개 법인 이상을 외부 감사위원회에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환배치 시 본인 동의받고 본인이 이의를 제기하면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 의결하는 안도 마련했다.
또한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인상, 성과급 지급, 퇴직자 수 만큼 신입사원 채용, 성과연봉제 폐지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사측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사외이사 추천권에 대해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까지 노조가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노조가 인력 배치의 심의·의결까지 참여하겠다고 하는 등 회사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명백히 침해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본급 인상과 각종 수당 인상 등에 대해서도 "노조 요구대로 따를 경우 전체 3000억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경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5조원 규모의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연초부터 수주절벽에 부딪히며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노조의 요구안은 이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상황에서 노사가 한마음으로 위기에 대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