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피해에 대해 집단소송을 최종 허가한 것은 제도 도입 11년만에 첫 소송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ELS투자자들은 개별적인 소송을 통해 증권사 등을 상대로 원금 손실 배상 여부를 다퉜다. 하지만 집단소송이 진행되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결정으로 양 씨 등이 낸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이은희 부장판사)에서 심리한다.
집단소송 제도는 지난 2005년 시세조종 등 부당한 증권거래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6일 대법원 '증권관련 집단소송 공고'에 따르면 2009년 박모 씨 등 투자자 2명은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 법원에서 허가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당사자 화해로 끝나 제대로 된 심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양 씨 등이 소송을 냈고,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물꼬가 트였다.
그동안 변호사업계 주도로 수천~수만 명의 원고가 참여하는 대형 기획소송은 수차례 진행됐다. 인터넷 마켓 '옥션' 정보유출 소송에 수만명이 참가했던 사례나 수백억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은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 소송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는 승소 효과가 참가자에게만 미치는 일반 소송이었다.
수천명 이상의 원고가 참가하는 소송은 소장을 일일이 내고, 인지대를 관리하는 문제 등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로펌에서는 원활한 소송 수행이 쉽지 않다. 반대로 물적 자원을 갖춘 대형 로펌들은 기업 측 입장을 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로 기업이 타겟이 되는 기획소송을 수행하는 것을 꺼린다.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은 게 현실이다.
이번 집단소송을 계기로 증권 관련 분쟁에서 제도 활용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집단소송을 확대해야 한다는 변호사 업계의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ELS 집단소송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앞으로 제품 결함을 주장하는 소송이 증가할 것이 예상되므로 여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