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일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맵)의 판매를 허가했다. 서 회장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발을 들인 지 14년 만에 이룩한 쾌거다.
서 회장이 처음부터 바이오업계에서 일했던 것은 아니다. 서 회장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1985년에는 한국생산성본부라는 공공기관으로 이직했으며, 이곳에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인연이 닿아 34살의 젊은 나이에 대우그룹 임원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가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당시 대우그룹이 해체하면서 그는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월급쟁이 생활을 마감한 그는 3년여의 휴식기를 가진 후 1991년 2월 대우차의 옛 동료와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정보통신(IT) 벤처 붐이 일던 시기였지만 서 회장은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가 2013년부터 만료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시작했다.
강산이 한 번 이상 변했던 지금에서야 그의 선택이 옳았음이 입증됐지만, 불모지였던 분야를 개척해야 했던 그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셀트리온과 램시마의 성공을 믿는 사람은커녕 서 회장을 사기꾼이라고 모함하는 일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기술력 자체를 의심받았다. 램시마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을 때에도 이 의약품이 국내용에 머물 거라는 의구심이 뒤따랐다.
2012년에는 셀트리온이 생산한 램시마를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매입한 ‘허위 매출’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사가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더해지면서 위기는 더욱 가중됐다.
하지만 뚝심과 과감한 도전정신을 갖고 밀어붙인 끝에 그는 다국적 제약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또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서 램시마를 판매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시켰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자산가가 된 서 회장이 이끄는 셀트리온은 이달부터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셀트리온은 65개 대기업집단 중 59위로 새롭게 편입됐으며 공정자산(자산총계) 가치는 5조8550억원에 이른다.
한편 램시마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시밀러 후발 주자들에 관심이 쏠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월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엘지생명과학, 슈넬생명과학, 대웅제약 등 국내 업체들이 바이오시밀러 12개 품목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SB5),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SB5) 등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