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스포크, 즉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맞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기성복·기성화가 전부였던 백화점이 기존에 없던 이색 맞춤 제작 매장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소비 패턴을 창출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업계 최초로 강남점에 선보인 데님 맞춤 전문숍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은 6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당초 예상보다 3배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청바지를 제작할 원단은 물론 나만의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는 부자재, 청바지의 다양한 핏, 디테일 등 모든 것을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정장을 맞추는 것처럼 시침질(가봉)을 위해 다시 방문하고, 청바지 패턴을 뜬 후에도 하루 이틀을 더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나만의 개성있는 청바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을 선호하는 ‘가치 소비’와 ‘DIY’ 열풍 등으로 맞춤복은 정장과 셔츠만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업계의 맞춤 상품 범위도 넓어졌다. 청바지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은 ‘슈마이스터라운지’ 매장을 열고 이른바 깔창인 인솔을 고객에 따라 맞춰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체형이 변해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유행이 지나 옷장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옷들을 세련되게 바꿔주는 매장인 ‘사르토’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2월 새롭게 증축한 강남점 백화점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이색 맞춤 매장을 선보였다”며 “이전에는 백화점이 차별화 전략으로 식품군에 맛집, 인기 디저트 매장 등을 선보였다면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패션에 눈을 돌려 매장 분위기도 바꾸고 재밋거리를 주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는 기존 맞춤시장의 주력인 정장과 구두 맞춤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성장하고 있는 맞춤 시장이지만 아직까지 정장과 구두 맞춤에 대한 수요가 높고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이 비싸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강남점에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 매장을 지난해 오픈했다. 영화 ‘킹스맨’ 효과로 이른바 ‘슈트발’을 원하는 남성 직장인에게 인기가 좋다. 갤러리아는 명품관에 지난달 웨딩 프로모션으로 ‘드레싱 더 맨’이란 타이틀로 비스포크 위크를 진행한 바 있다. 갤러리아는 하반기에도 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슈퍼마켓, 할인점 등의 점포 증가로 대중 시장에 한계를 느낀 백화점이 상류 지향으로 전환해 맞춤 시장에 주목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