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의 경기둔화에 일본 기업들의 인수ㆍ합병(M&A) 활동이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이 관련된 M&A가 지난 1분기에 국내외를 포함해 3조4758억 엔(약 35조7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고 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M&A 전문 컨설팅업체 레코프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형 안건 감소에 따른 M&A 침체가 선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지난 분기에 1조4540억 엔으로 전년보다 67% 급감했다.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강해지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대형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건수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성장 원천을 해외에서 찾는 모습은 줄지 않았다.
일본 기업의 해외 M&A 대상을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가 88%, 유럽이 68% 각각 감소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둔화와 더불어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이 M&A 금액 감소의 주원인이라는 평가다. JP모건증권의 도이 고이치로 투자은행 부문 연구원은 “상각 손실에 대한 경영자들의 위험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형 안건에 신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린홀딩스와 건자재업체 릭실그룹이 해외 자회사에 관련된 거액의 특별 손실을 계상하는 등 대형 M&A에 걸림돌이 될만한 악재도 튀어나왔다.
지난 분기 수천억 엔 규모의 대형 M&A는 NTT그룹의 미국 델 IT서비스 사업 인수(약 3500억 엔)와 아사히그룹홀딩스의 유럽 맥주사업 인수(약 3300억 엔) 등 소수에 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기업의 해외 M&A 건수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그만큼 건당 M&A 금액이 작년보다 훨씬 적어진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M&A 총액도 사상 최대치였던 2015년보다 약 20% 감소했다. 그러나 구매자 순위에서 일본 기업은 지난해 1분기의 세계 3위에서 5위로 추락하는 등 해외 M&A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약해졌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노무라증권의 츠노다 신스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시장이 축소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구도는 변하지 않았다”며 “식품 등 내수기업을 중심으로 4월 이후 대형 M&A가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