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개 이상의 회사로 구성된 기업집단 가운데 자산 합계가 5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이들 기업집단은 임원ㆍ이사회 등 운영현황, 계열회사, 특수관계인에 대한 거래현황, 비상장사 중요사항에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공정위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채무보증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받는다.
소속 금융ㆍ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제한받으며 이 밖에도 30개 이상의 규제를 새로 받게 된다.
대기업집단은 기업집단 계열사의 경영정보를 낱낱이 공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카카오, 셀트리온 등 창업한 지 15년이 채 되지 않은 기업들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지정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불붙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카카오, 셀트리온, 한솔 등 비교적 몸집이 작은 기업에 같은 규제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간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올려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2008년부터 9년째 5조원으로 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1104조원에서 1531조원(전망치)으로 427조원(38.7%)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올릴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되면 대기업집단 수는 현재의 65개에서 37개로 줄어든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대기업집단 1위인 삼성과 하위 집단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민간 재벌 기준으로 10개 정도만 규제해도 된다”고 밝혔다.
공정위도 상향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 추진 주무 부처로서 ‘대기업 규제 완화’에 나선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완화하면 ‘기업 봐주기’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바꾸려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 4ㆍ13 총선 이후 꾸려지는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논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곽세붕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은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자산 규모 기준 상향문제는 공정위 입장에서도 관리 범위가 많아지는 등 효율성 측면을 생각하면 상향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대기업집단 관련 법령이 80여개가 되는데 기준 변경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므로 이를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상향을 언제 추진할 것인지, 추진 방법과 내용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