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궈선증권 산하 홍콩 투자은행이 국영기업으로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시장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다고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채권시장에서는 지난해 4월 바오딩톈웨이가 국영기업 사상 최초 디폴트를 냈다. 해외시장에서는 LDK솔라, 카이샤그룹 등 민간기업이 최근 수년간 디폴트를 일으켰으나 국영기업과 금융기관으로는 1999년 광둥인터내셔널트러스트앤드인베스트먼트 이후 궈선증권이 처음이라고 FT는 설명했다.
궈선증권이 홍콩에 세운 특수목적회사(SPV)인 궈선증권(홍콩)파이낸셜홀딩스는 지난 2014년 4월 6.4% 금리에 2017년 만기인 딤섬본드 12억 위안(약 2121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딤섬본드는 홍콩에서 발행하는 역외 위안화 표시 채권을 뜻한다.
FT에 따르면 해당 채권의 수탁인 역할을 하는 뱅크오브뉴욕멜론 홍콩 지사는 지난 23일 채권 소유자들에게 “궈선 채권과 연관된 ‘킵웰디즈(keepwell deeds)’ 조항이 디폴트 발생 시에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조항 위반으로 일종의 기술적 디폴트가 발생한 것이다.
킵웰디즈는 자회사가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모회사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이다. 중국국가외환관리국(SAFE)이 지난 2014년 중반까지 자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회사채에 대한 직접적 보증을 금지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킵웰을 활용해왔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게리 라우 매니징 디렉터는 2014년 “킵웰디즈는 담보가 아니며 담보에 비해 훨씬 많은 법과 규제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기술적 디폴트에 투자자들이 오는 4월 24일로 예정된 3800만 위안의 이자를 못받을 위험이 있다고 FT는 전했다.
궈선증권은 실적도 탄탄하고 재무건전성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디폴트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선전시 정부가 최대 주주인 궈선은 지난해 순이익이 142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188% 급증했다. 또 2014년 말 기준 자산 규모로 중국 8위 증권사다. 다만 홍콩 자회사는 경쟁이 치열한 홍콩 자본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FT는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딤섬본드도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둔화로 딤섬본드 발전도 주춤한 상황이다. 딤섬본드 발행 규모는 2014년 33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으나 지난해는 170억 달러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