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흥행으로 금융투자업계도 깜짝 성과를 냈다. 펀드매니저나 프라이빗뱅커(PB)의 역할을 대신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 중인 기업들에 고객이 몰린 것이다.
30일 뉴지스탁에 따르면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첫 경기가 펼쳐진 지난 9일 이후 일평균 가입자 수가 6배 이상 급증했다.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대국 이전 뉴지스탁의 일평균 가입자수는 7.29명이었으나 5국 이후 일주일간 일평균 가입자수는 44명으로 약 6배 증가했다”며 “특히 마지막 대국이 열린 15일에는 180명이 가입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대국 이전에는 주로 얼리어답터 성향의 고객들이 유입됐지만 알파고 흥행 후 일반 고객들도 알고리즘을 활용한 투자에 큰 관심을 두게 된 것 같다”며 “투자에서도 기계가 인간의 판단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게 해준 사례”라고 말했다.
뉴지스탁은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 ‘젠포트’를 공개하고 현재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젠포트는 퀀트를 기반으로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자신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미리 확인하고 전략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쿼터백투자자문도 3월 이후 수탁고 성장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KB국민은행과 협업한 자문형 신탁, 현대증권과 만든 랩상품, 일반 일임계좌 등을 합쳐 전체 수탁고가 100억원 수준이다.
쿼터백 관계자는 “알파고의 영향뿐 아니라 대우증권 로보어드바이저 마켓 오픈으로 최소 수탁금액이 기존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관심을 보이는인 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행 업체뿐 아니라 신한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추천 서비스, 매도 타이밍을 알려주는 유안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 ‘티레이더 2.0’ 등 대형 증권사들도 잇따라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존 PB서비스에 비해 저렴한 수수료와 인간 운용역보다 낮은 변동성 등이 자산관리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면서 금융당국도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에 팔을 걷었다.
금융위는 지난 24일 발표한 금융상품자문업 활성화 방안에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와 온라인 자문업 단계적 허용 계획을 포함했다.
현재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도움을 받아 사람이 운용하는 형태만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고객에게 자문하거나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개선할 예정이다.
자문계약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국한된 비대면 온라인 계약도 중장기적으로 일반 투자일임계약에까지 확대 적용한다. 고객이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로보어드바이저와 접촉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알파고에 사용된 머신러닝과 현재 로보어드바이저에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 다르고 인공지능의 깊이와 범위에 따라 종류도 천차만별”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가 당장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기는 어렵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의 금융상품 개발과 성과가 기술력에 영향을 받으면서 더 많은 잠재 고객을 자산관리 시장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