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는 예·적금, 펀드, 파생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이 하나의 계좌에 담긴다. 금융회사와 상관없이 1인 1계좌 개설만 가능하다. 연간 2000만원씩 5년간 1억원까지 넣을 수 있으며 수익에 대해 최대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단 ISA와 관련해 외견상으로 나타난 ‘숫자’는 흥행에 성공한 듯 보인다.
ISA 계좌는 출시일인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10일간의 영업일 동안 금융권에서 92만6103개가 팔렸다. 가입 금액은 총 5192억원이다.
업권별로는 10명 중 9명이 은행에서 가입했다. 은행 가입자 수는 85만1233명(92%), 증권사 7만4513명(8%), 보험 357명(0%)으로 은행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가입금액 역시 절반 이상인 2950억원(57%)이 은행에 몰렸고, 증권과 보험이 각각 2238억원(43%), 4억3000만원(0%)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상품은 ‘신탁형 ISA’였다. 금융위원회의 투자일임업 심사·등록 등 절차상의 이유로 아직 은행들이 신탁형만 판매하는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주 동안 신탁형에 가입한 금액은 일임형의 50배가 넘는 5089억원이다.
은행의 ISA 고객 유치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특히 ISA 제도 시행 첫날 32만2990명이 가입했고, 가입금액은 1095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1인당 평균 ISA 가입금액이다. 25일 기준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56만원 수준인데, 은행의 경우 35만원으로 전체 기준보다 낮은 반면 증권은 300만원으로 6배가량 높다.
은행의 1인당 평균 ISA 가입금액이 29만원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가입자 수에 비해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이 터무니없이 작은 것으로 나타나자 소액만 입금해 개설하는 이른바 ‘깡통계좌’ 논란마저 일었다.
여기에 은행들이 ISA 가입 실적을 내부 성과평가기준(KPI)에 반영하고, 지점별로 할당을 내려 무리한 영업을 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ISA 출시 전부터 불완전판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다. ISA 계좌 판매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불시 점검, 미스터리 쇼핑(암행 감찰)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 적발 시 엄정히 조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아직까지 불완전판매 단속을 위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ISA 제도 초기인 만큼 시장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다음 달은 은행권의 일임형 ISA 상품이 출시되고 비대면 채널인 온라인을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게 된다. 5~6월에는 금융회사 간 ISA 수수료와 수익률이 비교 공시되며, 계좌를 옮길 수도 있다.
지금 불완전판매를 바로잡지 않으면 갈수록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