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회사채시장 안정화방안 논의와 관련해 당장은 시장경색을 막을수 있는 조치로 봤다. 또 발행시장에 국한된 논의를 유통시장까지 확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근본적 해결책 없이 과거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처럼 문제를 봉합만 하고 가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이 되면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28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우선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회사채시장 안정화방안에 대해 환영했다. 일각에서 추정한 산업은행의 A등급 회사채 매입방안에 대해서도 반겼다.
최근 A등급 회사채의 경우 우량 회사채에 밀리고 당국의 하이일드펀드 지원에 비우량 채권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어서다. 실제 A등급 회사채는 최근 민간신용평가사 금리대비 15bp(1bp=0.0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에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또 신평사들이 정기평정에서 추가 등급 하락을 예고하고 있는 중이다.
박태우 삼성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보험사들이 수익안정을 위해 AA-등급 이하로 바스켓에 담지 못하게 하면서 A등급 시장상황이 좋지 못하다. A등급 중에서도 우량채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안정화조치 움직임은 발행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경록 대우증권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A등급에 대한 매수세력이 부재하다. 정부가 나서서 일시적으로 꼬인 수급상황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어느 정도 기한을 두고 시행할지도 관건이다. 시장경색이 상당 수준 풀릴 때까지 관련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발행물에 대한 매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즉, 유통시장에서 회사채를 사줄 수 있는 새로운 플레이어나 펀드 등이 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크레딧채권 애널리스트는 “3년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실시했던 것처럼 수요가 부진해 차환이 안될 수 있는 업체들을 구제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면서도 “본질적인 문제는 유통시장에서의 양극화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통틀어 특정 이상등급을 담지 못하게 하는 전용 펀드 등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같은 정책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태우 애널리스트는 “과거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BBB+등급 아래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회사채를 산업은행 등이 떠안은바 있었다.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또 다시 비우량 회사채 매입에 나설 경우 2~3년 뒤 산업은행 등의 대손부담이 커질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