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리는 신격호 시대] 껌장사로 시작… 70년 만에 재계 5위 ‘맨손 신화’

입력 2016-03-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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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울산에서 태어나 맨손으로 현해탄을 건넌 청년은 이제 94세(호적 기준)의 노구가 됐다. 한일 재계의 거목으로, 국내 재계 순위 5위의 롯데그룹을 일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슬하의 동주·동빈 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부침을 겪는 동안 롯데그룹의 무게 추는 ‘한일 원 리더’를 여는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25일 롯데제과 등기이사에서 사임되는 등 ‘거인’ 신격호는 롯데와 작별하고 있다.

‘청년’ 신 총괄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한 뒤 고국에 잠시 머물다 부관연락선의 밀항선에 다시 몸을 실었다. 부푼 꿈을 안은 그는 1944년 도쿄 근교에 윤활유 공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미군 폭격으로 망해 부채를 떠안았다. 화학공학과 전공을 살려 1946년 ‘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 공장을 짓고 미군용 기름으로 제조한 비누 크림 등을 팔아 빚을 갚았다.

본격적으로 사업가의 면모를 보인 그는 1948년 6월 도쿄에서 종업원 10명과 함께 롯데를 설립했다. 당시 미군에 인기를 끈 풍선껌을 첫 상품으로 시작했다. 이후 사탕,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국내에서는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해 롯데그룹의 모기업으로 삼았다.

신 총괄회장은 이후 한·일 양국에서 롯데상사, 호텔롯데, 롯데알루미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롯데의 이름을 각인했다. 그는 1990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공룡 재벌’로서 입지를 굳히기까지 신 총괄회장은 ‘셔틀 경영’이라 수식할 정도로 홀수, 짝수 달을 나눠 한일 양국을 오갔다.

달의 이면이 있듯, 경영방식의 어두운 면도 부각됐다. ‘불도저’와 같은 추진력으로 유통업을 기반 삼아 사세를 확장했지만, 얽히고설킨 순환출자고리 등 폐쇄적 경영 방식과 경영 투명성 면에서 지적받아왔다.

매출액 90조원, 종업원 18만명 등 국내 재계 순위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롯데그룹의 주역인 그는 손쉽게 임원의 해고를 지시하는 ‘손가락 경영’ 등 독선적 스타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화려함보다는 실속을 취한다는 의지를 담은 ‘거화취실(去華就實)’을 경영철학으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내실은 온데간데없고,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에 휘둘리면서 판단력까지 의심받는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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