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상사가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에 휘청거리고 있다. 이달 마감하는 2015 회계연도에 메이저 종합상사 5곳의 순손실이 총 1조 엔(약 10조3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2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전년의 7000억 엔 순손실을 웃도는 것이다.
특히 일본 양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쓰비시상사는 이번 회계연도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500억 엔의 최종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이물산도 전날 2800억 엔 규모 비용 상각 처리로 700억 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바야시 켄 미쓰비시상사 사장은 “원자재 분야의 자산 규모가 커진 가운데 가격 변동이 심해졌다”고 실적 악화 원인을 설명했다.
오는 4월 사장직에서 물러나 회장에 오르는 고바야시는 실적 변동이 큰 자원사업과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非) 자원사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해왔다. 미쓰비시상사가 지난 2014년 1500억 엔을 들여 노르웨이 연어양식회사를 인수한 것도 그런 경영전략의 일환이었다. 이에 이번 회계연도 비자원 부문 실적은 호조를 보였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이 회사 전체 실적을 악화시켰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쓰이물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두 업체는 지난 2011~2012년 구리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당시 앞다퉈 칠레 구리광산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양사 모두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두 업체가 공동 투자한 호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토추상사는 이번 회계연도에 순이익이 전년보다 1% 늘어난 3300억 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 2013년 ‘비자원 분야 넘버원’이라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식량과 섬유 등의 사업을 강화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이토추는 지난해 중국 최대 국영 복합기업 씨틱그룹과 자본제휴를 맺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적 부진에 이날 도쿄증시에서 미쓰이물산 주가가 장중 한때 8%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에서 이토추가 미쓰이를 앞지르는 장면도 연출됐다. 미쓰이와 이토추의 시총 역전은 29년 만에 처음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