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ELS 발행사 아니어도 투자자 손해 배상 책임" 첫 판결

입력 2016-03-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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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백 헤지' 관여한 금융사도 시세조종 관여했다면 투자 손실 배상해야

주가연계증권(ELS)을 직접 발행한 금융사가 아니더라도 기초자산 물량을 조절해 투자자들의 만기상환을 방해했다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복수의 금융사가 ELS 상환부담을 나누는 이른 바 '백투백 헤지(위험회피)'까지 투자 손실 배상책임을 넓힌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투자자 김모 씨 등 26명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씨 등이 투자한 ELS는 한국투자증권이 2007년 8월 198억 9000만원 규모의 '부자아빠 주가연계증권'이었다. 도이치은행이 소송을 당한 이유는 한국투자증권이 이 회사와 상환금 지급 부담을 덜기 위한 '스왑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도이치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ELS 중 88억 9000만원 규모를 인수했다.

2009년 만기상환일이 돌아오자 도이치은행은 국민은행 보통주의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다 8월 26일 14회에 걸쳐 10만6032주를 매도했고, 단일가매매시간대에도 2회에 걸쳐 12만8000주를 매도했다. 금융사가 ELS 발행사의 상환부담을 더는 '백투백 헤지' 거래였다.

결국 KB금융 보통주의 최종 종가는 상환기준인 5만4740원에 못미치는 5만4700원이 됐고, ELS만기상환 조건이 무산됐다. 이로 인해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투자원금의 74.9%만을 상환받게 된 김 씨 등은 "부당한 시세 조종행위로 인해 원금손실을 봤다"며 소송을 냈다. 청구액은 1인당 804만~ 2억6827만원이었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의 주식 매도 행위가 정상적인 위험 회피를 넘어 시세조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식 가격이 올라간 오후시간에 도이치은행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팔았고, 특히 단일가매매시간에 상환기준가를 근소하게 넘는 시점마다 반복적으로 주식을 대량매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의 국민은행 보통주를 매도한 것은 주익 상환을 피하기 위해 종가를 낮추기 위해 이뤄진 시세조종행위 내지 부정거래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의 주식 매도 행위가 정당한 위험 회피 거래라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편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현대증권이 발행한 ELS를 인수해 백투백 헤지거래를 한 BNP파리바 은행 사건에서는 은행 측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BNP파리바은행이 매도한 기초자산인 신한은행 주식은 규모가 전체 거래량의 20% 이하여서 한국거래소가 정한 'ELS 헤지거래 가이드라인'을 충족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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