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문학 소설가의 웹소설 플랫폼 연재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 가족’, ‘고래’의 작가 천명관은 지난 8일 카카오페이지에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의 연재를 시작했다. 작품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업데이트되며, 스마트폰 카카오페이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볼 수 있다. 연재가 끝나면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올해 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인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건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소설이다. 8일 공개된 1회에서는 정식 조직원을 꿈꾸는 어린 건달들과 불법도박장 개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17일까지 5회 분량이 업데이트됐으며 1만3324명의 독자가 천명관의 신작을 읽고 있다.
천명관 작가는 지난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문학동네소설상과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휩쓸었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소설 ‘고령화 가족’은 영화로 제작된 바 있고, 2004년 출간된 ‘고래’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재되는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역시 별점 9.9점으로 호평받고 있다.
문단에서 인정받는 기성작가가 웹툰과 웹소설을 주로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천명관 외에도 웹소설에 도전장을 내민 순수문학 작가는 이미 상당수다.
1990년 등단한 소설가 심상대는 현대문학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입지를 다진 중견작가다. 그러나 문학 시장이 얼어붙자 지난 2013년 네이버 웹소설을 통해 첫 장편소설 ‘나쁜봄’을 연재했다. 그는 연재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지난해 동인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라 문학성도 인정받았다.
SBS PD이자 소설가 이재익은 ‘복수의 탄생’, ‘마성의 카운슬러’, ‘원더풀 라디오’ 등 웹소설을 연재해 월 10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인기 작가로 올라섰다. ‘도전! 웹소설 쓰기’ 집필에도 참가해 웹소설 연재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공개하기도 했다.
웹소설계 한 관계자는 “연재가 비교적 쉬운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순문학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는 일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