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주총] 이재현 회장 22년만에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서 물러나… 20분만에 일사천리

입력 2016-03-18 10:29 수정 2016-03-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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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직만 유지, 승계는 아직 일러… 게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CJ그룹 남산 본사.(사진제공=CJ그룹)
▲CJ그룹 남산 본사.(사진제공=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2년 만에 전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비공식 직함인 그룹 '회장'직만 그대로 유지할 뿐, 사실상 상법상 그룹내 공식 직위를 모두 잃었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된 CJ그룹을 향해 재차 '경영위기론'이 강조되면서 동시에 '포트스 이재현 시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CJ그룹의 지주사인 CJ는 18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제63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 대신 신현재 CJ 경영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하고 김성호 행복세상 이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20여년 간 유지해온 CJ그룹 내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7개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던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신장이식 수술로 입원한 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2014년과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CJ E&M, CJ오쇼핑, CJ CGV, 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았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마지막 남은 CJ와 CJ제일제당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게 된 것"이라며 "지난해 말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져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CJ 주총은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제2호 이사 선임의 건, 제3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제4호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 순서로 진행됐다. 안건은 원안대로 20여분만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에 재상고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이 회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후속경영체제의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이 회장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를 두 자녀에게 넘겨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도 시작됐다는 평가다.

▲이재현 회장(왼쪽)과 장남 선호씨.
▲이재현 회장(왼쪽)과 장남 선호씨.

최근 이 회장은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장남 이선호 씨 등 4명에게 증여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14만9667주(지분율 11.35%)를 처분했다. 이에 이 회장의 장남 선호 씨와 딸 경후 씨의 보유 주식은 각각 5만9867주(4.54%) 증가했다. 또 이소혜, 이호준 등 이 회장의 두 조카 지분도 1.14%씩 늘었다.

주식보유 변동 이후 지분율은 이재현 회장 0%, 선호 씨 15.84%, 경후 씨 4.54%, 이소혜 씨와 이호준 씨 각각 1.14%씩이다.

장남 선호 씨는 2013년 CJ제일제당에 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1989년생으로 미국 콜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지난해 말에는 280억원어치의 주식을 이 회장에게 증여 받아 그룹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CJ에듀케이션즈 대리로 입사한 장녀 경후 씨도 선호 씨와 함께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이 회장 두 자녀가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미미하다. 경후씨는 CJ(0.13%), CJ제일제당(0.15%), CJ E&M(0.27%)으로 1%에도 못 미치고 선호씨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지분이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지분 승계가 좀더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게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다만 아직 경영 승계를 논하기에는 장남 선호씨의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탓에 CJ그룹은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2013년 말부터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와 주요 계열사 전략기획책임자들로 구성된 전략기획협의체 등을 통해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한편, 이날 CJ제일제당은 임기가 만료된 이 회장의 자리를 대신해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새 사업목적에 '곤충원료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을 추가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식용곤충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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