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첫날 금융기관장만 바빴다

입력 2016-03-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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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이라고 떠들썩해서 일단 문의하러 왔어요. 일임형 상품이 좋다는데 은행에서는 아직 가입할 수가 없다는군요.”

지난 14일 오전 여의도에 있는 한 시중 은행 창구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다음 달은 돼야 일임형 상품이 나온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A씨는 ISA의 수익률과 금융회사에 내는 계좌 운용수수료가 가장 궁금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평소 시간도 없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는데 신탁형은 언감생심이죠”라며 다음번을 기약했다.

ISA 도입 첫날 시중 은행 영업점 창구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합심해 사전 마케팅에 열을 올린 것 치고는 기대 이하의 모습이다.

비슷한 시간,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곳에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이 ISA에 1호로 가입했다. 이 행사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등 유관 단체 및 임직원들과 취재진이 몰렸다.

이날 오후 NH농협은행 대전중앙지점 창구에도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모였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곳을 찾아 이 상품에 직접 가입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등 임직원 수십 명이 행사장을 지켰다.

ISA 도입 둘째 날인 15일에도 현장의 분위기는 비슷했다.

일선 영업점 창구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조용했지만, ISA 가입 시현을 위해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방문한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와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이 들른 KB국민은행 본점은 유관 기관 관계자 및 공무원들이 일반 고객보다 많았다. 금융기관장만 바쁜 날이었다.

은행 13곳, 증권사 19곳, 생명보험사 1곳 등 금융회사 33곳이 일제히 ISA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틀간의 ‘국민 재산 증식 프로젝트’는 요란한 구호에 그쳤다.

일임형 ISA 업무 승인을 받은 은행권은 준비 미흡 등으로 신탁형 ISA만 우선 출시하는 등 온전한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ISA 계좌에 담긴 주식형·채권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 등 복잡한 상품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창구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그동안 지적돼 온 불안전판매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 교육을 계속하고 있지만, 생소한 상품에 대해서는 아직 완벽히 숙지하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가입자는 얼마 되지 않고 주로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국민은 ISA에 크게 움직이지 않고 일단 관망하고 있다.

가입 기간도 2018년 말까지로 넉넉한 만큼 초기 불안함을 감수하면서 서둘러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파생상품 투자에 전문성 있는 증권사들의 분위기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사전예약 고객이 많았던 NH증권에 1750계좌가 개설됐고 한국투자증권(1200계좌)과 현대증권(945계좌)이 의미 있는 숫자를 보여줬다. 그러나 증권사의 하루평균 계좌 개설 수가 1000여개 내외라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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