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역에서 사상 최대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자들은 정부 부패와 경기 침체 등을 비판하며 모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아마존 정글 인근 도시인 마나우스에서부터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와 수도 브라질리아 등 브라질 전역에서 시위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미국과 유럽의 20여 개 도시에 거주하는 브라질인들도 시위를 벌였다.
이날 브라질 경찰 당국은 이날 약 150개 이상의 도시에서 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Datafolha)는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에서만 50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가, 상파울루에서 일어난 시위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상파울루 시위에는 ‘브라질자유운동(MBL)’과 ‘거리로 나오라’ 등 시민·사회단체와 제1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을 비롯한 야권, 상파울루산업연맹(Fiesp)을 포함한 경제단체, 전문직, 중산층이 대거 시위에 참여했다. 수도 브라질리아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다른 도시에서도 수만∼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현지 언론은 이날 상파울루 시위에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인 1984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고위 정부관리를 인용해 브라질 정부가 지난해 3월에 일어난 반정부 시위보다 더 큰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 규모는 100만명 정도였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브라질 국기가 연상되는 노란색과 초록색 옷을 입고 “지우마 아웃”을 외쳤다. 시위대는 사법 당국의 정·재계 부패 수사와 반부패법 제정을 지지하면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퇴진도 촉구했다. 브라질 언론은 또한 이번 시위가 지난 2013년과 같은 국민적 저항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브라질 경제가 25년래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진 원인이 호세프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대통령의 탄핵을 원한다고 답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재임에 성공했다.
브라질 국민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면서 연립정권 내부 균열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연립정권에 참여한 정당들은 시위 규모와 이후 여론의 흐름에 따라 호세프 정부 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여론이 악화하면 연립정권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의 양대 축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전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30일간 연방 정부 각료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대규모 시위로 지난해 모멘텀을 상실한 반정부 시위가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호세프 정권의 부패 조사와 탄핵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