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료기기업체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도시바는 9일(현지시간) 의료기기 자회사인 도시바메디컬시스템스 매각 우선협상자로 캐논을 선정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캐논의 인수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7000억 엔(약 7조56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논과 후지필름홀딩스가 도시바 의료기기 사업 인수를 놓고 경쟁했지만 도시바는 금액 면이나 매각 후 사업 체제의 반독점 심사가 용이한 점 등에서 캐논의 손을 들어줬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양사는 조건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나서 오는 18일까지 최종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사되면 일본 의료기기 M&A 사상 최대 규모가 되며 동종 업체간 M&A로는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 합병에 이어 두 번째 규모가 된다.
도시바는 이번 매각으로 거액의 이익을 계상해 분식회계 논란으로 부실해진 자기자본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도시바는 구조조정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매각 방침을 발표해 두 차례 입찰 절차를 거쳐 캐논과 후지 만이 남은 상태였다. 도시바메디컬은 지난해 3월 마감한 2014 회계연도 매출이 4056억 엔에 달했다.
캐논은 지난해 스웨덴 CCTV업체 엑시스커뮤니케이션을 28억 달러에 인수했다. 스마트폰의 대두로 카메라 매출이 줄어들자 M&A를 통해 프린터와 보안장비, 의료기기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이다.
도시바메디컬은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강점이 있어 캐논은 의료 분야를 단숨에 사무기기와 카메라에 버금가는 회사의 또 다른 주축으로 키울 수 있게 된다. 캐논은 안저 카메라와 X선 디지털 촬영장비가 주력이다.
또 일본 의료기기산업은 특유의 기술력에 더해 덩치를 키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구미 세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일본 업체는 내시경 등 일부 기기를 제외하면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구미 대기업에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첨단 의료기기에 필수적인 정밀 가공과 광학, 전자제품 분야에서 일본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점유율이 낮은만큼 성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의료 부문 연간 매출이 수백억 엔에 불과한 캐논이 거액을 베팅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도시바메디컬 인수로 단숨에 캐논 의료기기 연매출이 5000억 엔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선진국의 고령화와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의료기기 세계 시장 규모는 2013년 40조 엔에 육박했으며 2018년은 50조 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내시경과 X선 디지털 촬영장치에 강한 후지필름은 헬스케어 매출이 약 4000억 엔이며 오는 2018년까지 이를 1조 엔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후지는 도시바메디컬을 놓쳤기 때문에 여유 자금으로 다른 M&A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