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민기업 포스코⑨] 권오준·황은연이 인수한 ‘포스파워’…‘성진지오텍’ 데자뷔?

입력 2016-03-09 10:29 수정 2016-03-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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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화력발전 성과 쌓기 4311억 인수…무리한 스타트…결국 계열사에 지분 일부 매각 관측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은연 사장이 2014년 인수한 포스파워(전 동양파워)의 지분 일부를 그룹 내 계열사가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와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파워의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포스파워도 성진지오텍(현 포스포플랜텍)처럼 계열사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그룹에서 에너지 사업을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계자는 “포스파워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 지 이미 오래됐지만 사려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 기간을 맞추기 위해 결국 포스코건설과 같은 계열사가 곳간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임원 인사도 계열사가 포스파워 지분을 인수하게 하려는 경영진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스파워의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은 성과를 쌓으려는 경영진의 오판으로 인수 단계부터 너무 비싼 돈(4311억원)을 주고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포스파워 지분 100%를 가진 포스코에너지는 이 회사의 지분 70%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4조원으로 예상되는 총 사업비를 분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서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올해 초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는 매각주관사도 선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아 IB들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스파워의 지분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계열사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성진지오텍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파워의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은 총 사업비의 70%(2조8000억원) 가량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포스코에너지와 전략적투자자들이 자금을 투입한다. 포스코에너지가 포스파워의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면 사업비의 대부분을 포스코그룹과 계열사 측이 측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의 기초 사업비만 8000억~1조2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에너지는 “포스파워의 지분을 그룹 내 계열사가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런 단언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또 사업비 부담이 크면서 포스코에너지가 화력발전소 사업권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포스코가 사업권을 포기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척 화력발전소는 삼척시의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 포스코가 사업권 재매각을 추진하면 삼척시의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포스코가 향후 정부나 지자체가 발주하는 사업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재무구조 악화라는 부담을 떠안고 포스코에너지와 그룹이 공사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포스코에너지의 기업공개(IPO)가 불투명한 점도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걸림돌이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줄곧 포스코에너지의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IPO 역시 진척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연결기준 2014년 영업이익은 1186억원으로 전년 대비 4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율은 167.5%에서 218.6%로 51.1%포인트 상승했다.

전력수요 감소, 에너지시장 위축을 고려하면 올해도 포스코에너지의 실적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포스파워 사업비 투자로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성진지오텍이 정준양 전 회장의 아킬레스건이었다면 포스파워는 권 회장과 황 사장의 중대한 경영 실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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