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동통신시장이 저출산·고령화로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주요 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NTT그룹이 산하 NTT데이터를 통해 미국 델의 정보기술(IT) 서비스 부문을 인수하기로 하고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NTT그룹 자회사 NTT데이터의 이와모토 도시오 사장은 이번 주 미국으로 건너가 델의 IT 서비스 부문을 약 4000억 엔(약 4조2393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공식으로 제안, 우선협상권을 얻을 전망이다. 이는 NTT그룹의 기업 인수·합병(M&A)으로는 역대 세 번째 규모가 된다. 자금은 NTT그룹이 지원하며, 구체적인 인수 계획은 내주 투자위원회를 열어 NTT와 NTT데이터 양측이 결정한다.
델의 IT 서비스 부문의 매출은 약 30억 달러(약 3조6030억원)로, 핵심 기업은 페로시스템스다. 페로시스템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기업가 로스 페로가 설립, 2009년에 델이 인수했다. 이 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행정 정보와 의료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수·운용까지 일관적으로 맡고 있다.
페로는 전자의료기록 및 원격의료 애플리케이션 등 IT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의료 분야에 강한데, NTT는 이같은 페로의 기술 기반 등을 살려 폭넓게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앞으로 새로운 수요가 전망되는 사물인터넷(IoT)이나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 분야 등에도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NTT는 델이 갖고 있는 의료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 수요를 확보해 나간다. 일본의 통신사업은 중장기적으로 정체되고 있어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NTT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만 머물러선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적극적인 M&A 등으로 해외 진출로 살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회사는 현재 14%에 불과한 해외 매출 비율을 오는 2017 회계연도까지 5% 더 늘려 220억 달러 규모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이 정도면 미국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IBM과 액센추어 등과도 경쟁 구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KDDI와 소프트뱅크도 NTT그룹과 같은 이유로 해외 진출을 서둘렀다. 일본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해외 사업 강화는 일본 대형 이통사들의 공통 과제가 된지 오래다. 소트뱅크그룹은 지난 2013년 미국 이통사인 스프린트를 인수했고, KDDI는 몽골에 이어 미얀마의 이통시장에도 진출했다.
신문은 IT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M&A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성장 분야를 둘러싼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델은 미국 스토리지 업체인 EMC를 약 67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컴퓨터가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서버나 데이터센터 등 IT 인프라를 사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수순이다. 델은 EMC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비핵심 부문인 IT 서비스 사업을 매물로 내놨다.